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확산으로 미국에서 보기 드문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대졸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테크잡(기술직종)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들은 교육훈련을 통해 기초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면 더 많은 임금과 혜택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

남녀간 임금 격차가 여전한 미국이지만 대도시 젊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임금을 추월하기 시작해 주목받는다.

하지만 지구촌 강대국인 미국에서 여성 생명에 대한 위협이 선진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여성들은 인구 10만명당 198명이 숨진다. 산모 사망률도 24%로 다른 선진국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비싼 의료비용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블루칼라, 대거 테크잡으로 이동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저임금 육체노동에 종사하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테크잡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식당과 창고,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4년제 대졸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기본적인 기술이나 경험이 있으면 고용을 하는 물류센터나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분야의 테크잡으로 일터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지난 2년여 동안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의 10% 가량이 테크잡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 컨설팅 회사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8월부터 올 3월 사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8만명 이상이 저임금 블루칼라 직종에서 테크잡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WSJ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세일즈 판매직에서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로 올라가거나 건설 감독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사실상 승진하는 경우가 12% 증가했다. 건설 석유시추 등에서 전문직종으로 이동한 블루칼라 노동자들만 해도 지난해 4분기 4만1500명에 달해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65% 급증했다. 정비와 설치 노동자들도 2만명 이상 테크잡으로 이동했는데 팬데믹 직전에 비하면 56% 급등한 수치다.

WSJ은 "미국에서는 대졸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나 경험만으로 더 많은 임금과 유연성 있는 근무조건 혜택을 받으며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3200만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테크잡으로 옮기기 위해 유·무료 교육과정에 등록해 테크잡에 필요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9%는 지역정부나 비영리단체가 직업교육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료코스를 수강했다고 밝혔다. 42%는 유튜브 강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료로 기술을 습득했다고 응답했다. 38%는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를 내는 유료코스를 밟았다고 밝혔다.

대도시 젊은 여성, 남성보다 소득 높아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엔젤레스 등 미국 내 대도시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돈을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아직 남성들의 임금이 여성들보다는 평균적으로 높지만 대도시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젊은 여성들일수록 남성의 소득을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서치센터가 연방 인구센서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19곳을 비롯한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소득이 남성들의 소득을 추월했다.

대도시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젊은 여성들은 학력이 높고 전문기술도 남성 못지않은 데다 결혼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을 겪기 전이어서 남성들보다 소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단절을 겪지 않은 여성일 경우 임금인상과 승진에서도 남성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전역으로 볼 때는 남녀 임금 격차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도시를 포함한 미 전역에서 남성 임금이 1달러일 때 30세 이하 젊은 여성의 임금은 93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전역의 모든 연령대 평균으로는 남성 1달러당 여성은 82센트를 받고 있어 여전히 남성들에 비해 18센트 차이가 난다.

하지만 격차는 계속 줄어들었다. 전 연령대 여성근로자들은 10년 전인 2012년 남성 1달러당 76.5센트를 받았다. 그러다가 2017년 80.5센트, 2018년 81.6센트로 올랐고 2019년에는 82센트로 느린 속도지만 매년 개선되고 있다.

여성 임금이 남성에 비해 뒤처지는 주된 이유는 결혼과 출산, 육아로 중도에 일을 그만두거나 휴직 뒤 직장에 복귀해도 임금상승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력단절 피해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여성, 선진국 중 가장 많이 목숨 잃어

한편 미국여성들은 피할 수 있는데도 사망하는 경우가 선진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모 사망률도 전체의 23.8%로 가장 높았다.

커먼웰스펀드가 선진국 18~49세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피할 수 있는데도 사망한 여성들은 미국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198명이다. 영국이 146명으로 2위, 뉴질랜드가 134명으로 3위, 캐나다가 132명으로 4위, 독일이 123명으로 5위를 기록했다.

산모 사망률은 미국이 23.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각각 8%로 2위, 영국과 스위스 뉴질랜드가 각각 7%로 뒤를 이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 비율에서도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20%로 가장 높았다. 호주와 노르웨이가 17%, 영국과 뉴질랜드의 경우 13%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여성의 비율에서도 미국이 58%로 역시 1위의 오명을 썼다. 캐나다와 호주 여성은 53%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47%, 영국과 스웨덴이 각 45%로 대부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의료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여성들의 비율을 보면 미국이 52%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38%, 스위스 33%, 호주 30%, 캐나다 27% 순이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상당수 선진국 여성들이 지나치게 급등한 의료비용 때문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할 수 있는데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의료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ACA 오바마케어 확대 이후 건강보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갈수록 본인부담금도 늘어났다. 제때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흔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