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민주화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고개를 숙이고 있다. 2년 전 스스로 국회에 제출했던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한 인수위의 '백지화' 방침에도 말을 아낀다. 법무부가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큰 사건은 검찰이 가져가고 공정위는 자잘한 사건에 만족해야 한다. 나아가 '별건수사'란 이름으로 사건을 엮기 좋아하는 검찰의 손에 무소불위의 무기를 하나 더 쥐어주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 후퇴가 공정위 역할 축소에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플랫폼기업의 독점적 횡포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이 짊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표류다. 온플법은 플랫폼과 입점·납품업체 간의 갑을문제를 주로 규율하는 법안이다. 2021년 1월 공정위가 이 법을 상정했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대리점에 대한 갑질은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성장해온 IT나 플랫폼업체는 빠져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체계에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소기업은 전근대적 갑을관계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지향적 '플랫폼'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거래관계는 전근대적 '갑을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대형플랫폼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는 중소기업 비중이 47.1%였다. 또 중기중앙회가 500개 배달앱 입점업체를 조사한 결과, 입점업체와 배달앱 간 계약서 등 서면에 의한 기준이 있다는 응답은 34.2%에 불과했다. 배달앱 입점업체 3곳 중 2곳이 주먹구구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잘될 때야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결국 약자인 입점업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플랫폼 납품·입점업체를 쥐어짜면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 옮겨간다. 플랫폼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한 배달앱에 대해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인수위는 온플법이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제완화론을 제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업혁신 장려 논리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방치 명분이 될 순 없다. 소비자와 중소기업 권익을 보호하는 일도 기업의 혁신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불공정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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