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서방이 우크라이나전쟁의 승부를 가를 에너지 경제 전쟁에 돌입했다. 27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유럽연합(EU)이 25% 이상 의존해온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오일 엠바고에 착수할 태세다.

러시아 연방정부 수입의 45%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 우크라이나전쟁을 한두달 내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EU의 원유 금수조치가 일거에 단행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천연가스 엠바고는 별개이기 때문에 오일 엠바고만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U, 곧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단행

그동안 반대 입장을 보여온 독일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별로 금지하는 오일 엠바고를 이르면 이번주 단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6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독일 국회의사당 앞에 누워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즉각적인 금수조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우선 러시아산 원유부터 틀어막아 푸틴 정권의 전비를 부분적으로 끊어놓겠다는 시도다. 러시아는 원유수출로 하루 7억달러, 천연가스 수출로 4억달러 등 11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EU 27개국은 전체 소비하는 원유의 27%,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엠바고에 강력 반대했으나 최근 "대체수입선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면 러시아산 원유부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해 물꼬가 트였다.

독일은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를 위해 자국 정유회사와 근접한 폴란드 항구 이용에 합의한 후 러시아산 오일 엠바고에 찬성했다. 독일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는 전쟁 전 35%에서 현재 12%로 대폭 줄었기 때문에 오일 엠바고를 지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쩐의 전쟁'에서 푸틴 압도적 이익

지난 두달여 동안 벌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이른바 '쩐의 전쟁'에서는 푸틴이 압도적인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이 석달째에 접어든 시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136억달러를 제공한 데 이어 추가로 330억달러를 지원하려고 한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를 팔아 두달 만에 66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직접 파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대신 무기제공을 비롯한 안보지원과 경제·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136억달러를 지원했다. 8차례에 걸쳐 37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제공했고 경제적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 말까지 필요한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330억달러를 책정해 의회에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중 200억달러는 안보지원 예산이고 무기제공은 50억달러어치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쩐의 전쟁 초기 이익을 두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래 두달 동안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원을 수출해 66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 같은 기간 대비 두배 늘어난 수치다.

아직 러시아산 오일과 가스에 대한 엠바고가 단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유럽지역 수출이 더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원의 71%는 유럽국가들이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독일이 두달 동안 91억유로(96억5000만달러)를 지불했다.

이탈리아가 69억유로(72억5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3위는 중국으로 67억유로(70억3500만달러)를 러시아에 에너지 대금으로 지불했다. 이어 네덜란드가 56억유로(58억8000만달러), 터키가 41억유로(43억500만달러), 프랑스가 38억유로(39억9000만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오일·가스 엠바고를 푸틴을 멈춰세울 최후의 카드로 보고 있다. 유럽 각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대체 수입선을 찾아 엠바고를 단행해야 푸틴 대통령이 전비 마련에 타격을 입어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엠바고를 단행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아마도 한두달 안에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천연가스 빠진 원유금수, 효과 미지수

하지만 EU의 단계적 원유수입 금지가 푸틴의 우크라이나전쟁을 조기에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EU의 원유 금수조치가 일시에 중단하는 게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체 수입선을 찾기가 더 어려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엠바고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러시아산 오일·가스 엠바고를 일거에, 동시에 단행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전쟁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U가 원유 수입을 금지해도 러시아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더 판매할 수 있고 심지어 국제 암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대부분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된다. 여름철 비수기의 자연감소분을 예상할 수 있을 뿐 대체거래선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원유는 60% 이상이 선박으로 이동하기에 거래선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반면 천연가스는 대부분 파이프라인으로 거래되고 13%만 액화천연가스(LNG) 상태로 트럭으로 이동한다.

천연가스의 대체 수입선을 찾으려면 파이프라인을 새로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를 가져와야 하는 탓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