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민간뿐 아니라 정부, 의회를 포함한 정치권에서도 미국경제의 앞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현시점에선 경제분석가들은 대체적으로 미국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해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고물가 저성장에 시달린 후 내년 말에는 약하고 짧은(Mild and Short) 불경기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0년 만의 최고치인 물가급등은 연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진정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나 기업, 사업체들이 동시에 적어도 12개월 내지 18개월 동안 고물가 속 이자부담 가중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민 소비지출과 사업체들의 생산 투자 고용이 줄면 미국경제는 저성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때 그 정도가 심하거나 악재들이 쌓이면 내년 말에는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불경기에 빠질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2008년과 같은 큰 불경기는 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경제에 잇따르는 적색 경고

미국경제에 폭풍우, 또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몰아닥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월 3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물가대책을 제시하며 이례적으로 미국경제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특히 미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고용마저 내년에는 냉각될 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한달에 50만개 이상 일자리를 늘리고 있으나 내년에는 15만개로 1/3 수준에 그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이를 감내해달라고 요청했다.

민간 경제분석가로 유명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6월 1일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경제에 몰려오는 먹구름, 폭풍우를 허리케인으로 바꾸겠다"며 태풍경보를 발령했다.

다이먼은 미국경제가 직면한 두가지 경제 허리케인으로 첫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잡기를 위해 연쇄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데다 6월 1일부터 한달 950억달러씩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돈줄죄기에 돌입한 것을 꼽았다. 50년 만에 한번 볼 수 있는 연준의 이례적인 긴축조치로 미국민이나 사업체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돈줄이 말라 돈을 빌릴 수도, 쓸 수도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다.

둘째,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 원유 엠바고까지 부과되면서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117달러에서 150달러로 폭등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이먼은 미국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미국민들의 소비파워는 6개월 내지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미국경제의 70%를 떠받치는 미국민 소비가 머지않아 급속냉각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물가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연준은 올 한해 기준금리를 3% 인상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는 "물가급등이 정점을 찍고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속단할 수 없는 만큼 연준의 공세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 40년 만의 최고치인 8.5%까지 치솟았다가 4월에는 8.3%를 기록, 연쇄금리인상 여파로 정점을 찍고 둔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기대돼왔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에 따라 연준이 6월과 7월은 물론 9월까지 한번에 0.5%p씩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6월과 7월 회의에서는 공표한 대로 확실하게 0.5%p씩 연속 인상하되 9월 회의에서는 그때 물가를 충분히 진정시키지 못했을 경우 0.5%p 올리게 되고 진정시켰다고 판단되면 0.25%p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6월 15일과 7월 27일 0.5%p씩 모두 1%p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해졌다. 여기에 9월 21일에도 0.5%p 인상이 예상된다. 11월 2일과 12월 14일 통상적인 0.25%p 인상을 하면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2.75% 내지 3%까지 올라가게 된다.

미국민과 사업체들의 이자부담이 줄줄이 가중되고 있다. 내집 마련에 나선 주택구입자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1년 전에 비해 2%p나 높아져 중위가격인 43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할 경우 1년에 5340달러를 더 내게 됐다. 자동차 구입비는 한달 상환금으로 새차는 650달러, 중고차는 544달러를 더 내야 한다. 올 한해 금리가 3%p 인상되면 10만달러의 빚을 지고 있을 경우 한해 이자로 3000달러를 더 물게 된다.

연속 금리인상에도 물가는 느리게 진정

기준금리와 이자부담이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물가는 느리게 진정돼 미국이 최소 12개월 내지 18개월은 고물가 속 저성장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지적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현재 8.3%에서 올연말 6.1%로 낮아지는 데 그쳐 연준 목표치인 2%보다 3배 높은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2023년 말 소비자물가는 3.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민들 임금은 1년 전에 비해 5.5% 올랐지만 소비자물가는 8.3% 급등해 실질소득은 대략 3%나 마이너스 된 셈이 됐다. 미국민들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휘발유값 급등으로 올 한해 가구당 2000달러, 식료품값 인상으로 1000달러 등 3000달러를 더 지출하게 될 것으로 CBS 뉴스는 계산했다.

미국민 소비지출과 기업 생산과 투자, 고용이 모두 위축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민 소비지출은 아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급등에 따라 휘발유와 식료품 등 생필품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어서 실질적인 소비 호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미국민들은 물가급등으로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그간 저축해 놓은 돈을 꺼내 쓰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미국민들의 저축률은 5%에서 4.4%로 급락하며 1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사기나 서비스이용을 줄이면 기업들과 사업체들도 생산과 확장,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고용을 중지하거나 다시 감원에 나서게 된다. 미국에서는 지역별로 벌써 소비와 생산 위축, 고용둔화를 보고하는 연방은행들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이 12개 지역은행별로 파악하고 있는 5월 베이지북에 따르면 뉴욕과 보스턴, 클리블랜드, 댈러스 연방은행들은 4월부터 해당 지역의 소비와 생산활동, 고용과 성장이 동시에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미국경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인 고용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6%를 유지했으나 일자리 증가는 39만개에 그쳤다. 12개월 연속 40만개 이상 일자리 증가 기록이 끊겼다. 고용이 본격적으로 둔화될 신호가 아닌지 우려된다.

저성장후 내년말 가벼운 불경기 기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경제의 저성장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내년에 경제 허리케인으로 급격한 불경기로 추락하는 경착륙을 모면하고 가볍고 짧은 불경기인 연착륙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여부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CNBC는 미국경제가 갖가지 악재들로 올 1분기에 이미 마이너스 1.5% 후퇴를 겪은 데 이어 2분기에도 플러스 1.3%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장은 3일 1.75~2%의 저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1~2%대의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두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규정되는 불경기는 잘하면 피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