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정부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 데 대한 정부대책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시기를 문제 삼아 '선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물가대책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다. 10대 프로젝트의 핵심내용 중 하나가 돼지고기를 포함해 물가상승 요인이 큰 식품원료 7종에 할당관세(일시적 관세 인하)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돼지고기 원가가 최대 20% 인하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수입 돼지고기의 80% 이상이 이미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자 "정부가 정책효과를 부풀려 홍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미 0%의 수입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 돼지고기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미국이 36.4%로 가장 높다. 이어 스페인(20.1%) 네덜란드(8.9%) 오스트리아(7.2%) 칠레(7%) 캐나다(6.6%) 등의 순이다. 이번 조치로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국가는 캐나다 등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뒤늦게 "유통업체들이 (무관세 혜택을 받는) 캐나다 등과 수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할당관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른 식자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밀과 커피 원두 역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 무관세로 들여오는 주요 식품원료에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호들갑을 떤 셈이다.

부가세 면세조치도 효과가 과장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김치 등 발효식품의 개별포장 가공품의 부가가치세를 연말까지 면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치 전체 시장에서 개별 포장된 가공품의 종류는 30% 미만이란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민생안정 대책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하반기부터 월간 기준 0.1%p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점도 뒷말이 적지 않다. 이미 월간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돌파한 상황에서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란 것이다.

정부의 부풀리기 정책홍보는 발표할 땐 성과로 보이겠지만, 길게 보면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장홍보가 누적되면 국민들의 정책불신이 쌓이게 된다. 나중엔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웃지못할 상황을 자초할 뿐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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