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오르는데 전기요금은 제자리

한전, 영업비용 중 전력구입비 85%

한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최상위권이지만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상당히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MWh(메가와트시)당 103.9달러로 관련 수치가 있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OECD 평균(170.1달러)의 61% 수준이다.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국가는 독일로 344.7달러였고 이어 벨기에(313.5달러), 덴마크(306.7달러), 이탈리아(289.3달러) 순이었다. 미국은 132.0달러로 28위였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1위 독일의 30% 수준이고, 일본과 비교하면 40% 저렴하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MWh당 94.3달러로 22위이고, OECD 평균의 88%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국내 에너지 업계는 지난해부터 전기를 만드는 주요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석유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건 시장가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전의 영업비용에서 구입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른다. 구입전력비는 한전이 발전회사에 지급하는 연료비 등이 포함된 비용이다.

2021년기말 한전 손익계산서(별도 기준)에 따르면 영업비용은 67조원이며, 이중 구입전력비는 56조8000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84.7%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2020년말 도입하고서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연료비 연동제'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해 가격 신호 기능을 강화하고,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 합리적 전기 소비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유가가 지속됐는데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휘발윳값이 오르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것처럼 전기 가격이 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통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등 10여개 전기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전기관련단체협의회도 최근 성명에서 "더는 값싼 전기요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흑자가 발생했던 시기에는 상장회사인 만큼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1조2710억원, 2017년 5071억원, 2020년 7806억원을 배당했다.

[관련기사]
전기사용량 세계 최상위, 요금은 하위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