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시의회도 설치 이행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연이어 해명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약속했다. 격주로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수위 시절 우선 세종청사 1동을 활용하고 2단계로 12월 중앙동에 임시집무실을 설치한 후 2027년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에 맞춰 세종집무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5월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를 세종시에서 개최하면서 세종집무실 설치는 탄력을 받는 듯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던 집무실 설치는 13일 행정안전부가 "12월 준공되는 세종청사 중앙동에 임시집무실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통령실이나 행안부 해명은 일견 합리적이다. 이미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세종청사 1동을 활용하면 될 것을 굳이 150억원 예산을 들여 중앙동에 집무실을 설치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경제위기가 닥쳐오는 시기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는 전제가 있다. 일단 대통령이 세종시에 와서 일을 해야 한다. 집무실만 만들고 대통령이 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방선거 직전 첫 국무회의를 세종에서 열었던 윤 대통령은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니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궁색한 변명"이라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들인 예산은 무엇이냐"는 반박이 이어진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논란은 예산이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이명박정부 이래 공약 이행을 놓고 늘 갈등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격주로 온다던 대통령은 선거 끝난 후 오지 않고 임시집무실도 안한다고 하니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믿음이라고 했다.(無信不立, 논어 안연편) 국민의 믿음만 있다면 경제도 군사력도 얼마든지 복원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난다고 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국민의 믿음을 되찾는 데는 5년의 기간이 너무 짧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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