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인세 내려 경제활력 제고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

영국 미국은 코로나19로 재정적자 늘어나자 법인세율 인상

정부의 2022년 세법개정안의 키워드는 감세다. 이례적일 정도로 대규모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임기동안 13조원 규모다. 시민단체는 60조원 규모라고 주장한다.

1일 정부는 감세가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내면서 "법인세율 인하 등 조치로 투자 여력이 높아져서 투자·고용이 증가돼 경제 활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와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1%p를 낮추면 투자율은 0.2%p 늘고 법인세율을 3%p 인상하면 투자는 0.7%, 고용 0.2%, GDP(국내총생산)는 0.3% 감소한다는 것이다.

◆"감세, 국제추세로 보기 어렵다" = 먼저 정부 설명대로 대규모 감세정책이 최근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인지부터 확인해보자.

주요 선진국의 법인세 추세는 적어도 코로나19 발발 이후부터는 '인상 또는 동결'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영국의 경우 내년 4월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19%에서 25%로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한 것과 오히려 반대 흐름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앞서 지난 3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안(21→28%)을 담은 올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로 예정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25→21.7%)을 취소하고 기존 세율을 유지 중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늘자 세수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동향을 보면 법인세율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세로 투자 유도할 수 있을까 = 기업에 대한 대규모 감세가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경제활력을 가져올 것이란 정부 설명은 근거가 있을까. 논리적으론 가능한 얘기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재정전문가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조세가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지난달 정부가 법인세 인하 내용을 담은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자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법인세율의 인하가 투자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적극적인 투자 유인의 제공도 이렇다 할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조세가 투자 행위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이론적 평가는 컨센서스(일치된 의견)에 가깝다"고 썼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기업의 투자는 경기 흐름과 이윤창출의 가능성에 달려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세계적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세금을 깎아준다고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 사례가 실증 = 가장 최근에 감세정책을 편 정부가 지난 이명박정부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낙수효과를 거론하며 법인세를 25%에서 22%로 인하했다.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활력을 되찾고,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세금을 감면받은 대기업들은 사내 유보금만 늘리고 실제 투자는 확대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국내 2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액수는 322조4490억원에서 2013년 588조95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이들 기업의 실물투자액은 같은 기간 33조30억원에서 9조6060억원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차기정부였던 박근혜정부가 기업 유보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만든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지만 고용사정도 좋아지지 않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은 '법인세와 청년층 고용률의 상관관계 분석'을 토대로 최근 20년간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24.20%(지방소득세 포함)로 가장 낮았던 2009~2017년 동안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가장 낮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최고세율이 27.50%로 오른 2018년에는 청년 고용률이 42.7%로 상승했다.

◆감세로 복합위기 극복? =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이 복합경제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합위기에 역행, 오히려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적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여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저소득자와 빚 많은 중산층이다.

복합위기는 높은 금리와 물가, 낮은 성장률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복합위기에 노출될 취약계층의 파국을 막기 위한 선제대응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교수는 "정부는 말로는 복합경제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정책은 역행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취약한 서민·중산층을 보호할 사전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법인세 대기업 감세, 부동산 자산 및 금융 자산계층 감세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소득세 하위 구간 감세는 자동으로 상위 구간에 더욱 큰 감세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증세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성장이나 분배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재정여력을 위축시키는 (감세)정책은 정부의 대응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2년 세제개편안 분석"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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