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눈먼 돈을 챙겼던 개인과 업체들, 세금을 덜 낸 탈세 부자와 대기업들이 초비상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5조달러 이상 풀린 긴급재난지원금 중 수천억달러가 새나간 것으로 의심되자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추적 수사와 조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연방법무부를 중심으로 21개 부처의 감사관실과 함께 추적조사에 돌입했다. 범죄혐의가 짙은 개인과 업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이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눈먼돈'으로 불렸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엔 △일자리를 잃은 1450만명에게 1주일에 600달러(이후 300달러)씩 지급한 연방실업수당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들의 급여와 운영비를 무상지원했던 종업원급여지원 프로그램(PPP) △1만달러를 선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EIDL) 등 세가지다.

수천억달러 사기 신청 최대 10년간 추적

연방실업수당과 종업원 급여보호,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부당하게 수령한 개인과 업체에 대해 최대 10년간 대대적인 추적조사가 펼쳐질 전망이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개인과 업주들이 1000억달러 이상을 불법 지원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연방정부 21개 부처 감사관실과 FBI, IRS 등이 총동원돼 추적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5년에서 10년으로 두배 늘어났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경제가 올스톱되자 워싱턴 정치권은 3차례에 걸쳐 5조달러를 긴급지원했다. 하지만 수백만명에 이르는 개인과 업주들이 수천억달러를 불법으로 챙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임 트럼프정부 시절 1차와 2차를 합해 3조1000억달러, 현 바이든정부 시절 3차 1조9000억달러 등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최단시일 내에 풀었으나 수천억달러를 빼간 최대규모의 사기행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소기업청(SBA)은 사기신청으로 의심되는 PPP와 EIDL 신청서 200만건에 대해 진위와 부당청구 여부를 조사중이다. WP는 "사기 청구로 새나간 팬데믹 재난지원금의 총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었다"고 보도했고, NYT는 "1630억달러의 사기청구와 재난금 지급 사실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PPP는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는 대신 정부가 급여를 지원해준 프로그램인데, 종업원 수를 부풀리거나 허위지점을 만들어 불법으로 급여를 청구해 거액을 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우체국 직원은 '유에스 포스탈 서비스'라는 유령회사 이름으로 8만2900달러의 대출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특히 1만달러씩 무상지급했던 EIDL은 온라인 신청 허점을 드러냈다. '묻지마' 신청과 지급으로 거액이 새어나갔다. 똑같은 연락처를 중복사용했는데도 지급한 사례가 580억달러에 달했다. NYT는 "심지어 EIDL 알선업체들까지 활개를 치며 눈먼돈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연방실업수당에서는 일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수감자와 가공인물, 사망자들에게도 지급된 부당청구가 상당수 포착됐다. 한 실업수당 청구자는 29개주에서 동시에 실업수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감사관실은 현재까지 10억달러 규모의 사기청구를 포착해 기소했으며 60억달러 규모에 대해 집중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감사관실은 실업수당 사기청구로 의심되는 3만9000건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연방금융사기에 대한 공소시효를 당초 5년에서 10년으로 두배 늘린 법률을 서명 발효시켰다. 향후 10년간 팬데믹 긴급지원금 사기행각을 추적해 단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IRS '대기업, 40만달러 이상' 단속

국세청(IRS)은 800억달러의 예산증액으로 신규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대대적인 탈세추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신규채용과 훈련을 거쳐 세무단속을 본격화하는 데에는 3년에서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현재의 단속요원들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정부는 중소업체와 40만달러 이하 소득계층에는 세무감사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40만달러 이상의 소득계층과 대기업들에 대한 탈세 추적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입을 적게 보고해 세금을 덜 내는 탈세 규모가 1년에 적게는 5000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이든정부는 당초 IRS의 예산을 10년간 800억달러를 늘리면 700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초당파적인 미 의회예산국(CBO)은 2040억달러의 세수를 늘리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예산 증액분 800억달러를 빼면 국가차원에선 10년간 1240억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탈세 추적과 세무감사 공포가 확산되자 바이든정부는 적극 진화에 나섰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IRS에 구체적인 세무지침을 지시하며 탈세 추적과 세무감사 공포 진정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첫째 IRS의 예산은 기존 연간예산 130억달러에 매년 80억달러씩 증액돼 10년간 800억달러를 늘리지만 그중 절반만 세무단속에 쓰인다. 나머지 절반인 400억달러 이상은 IRS 직원들의 인건비, 고객 서비스 개선, 낙후된 IRS 세무행정 시스템 대체 등에 투입된다.

둘째 IRS의 예산이 800억달러 증액되면서 IRS 직원수는 현재 8만명에서 10년 뒤 8만7000명이 늘어난 17만여명으로 두배로 불어나게 된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IRS 요원을 한해 8000명씩 늘리기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연방재무부는 "신규 채용 직원을 훈련시켜 세무단속 업무에 투입해 결과를 내는 데에는 3년에서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세금보고서 검사와 세무감사, 탈세 추적 등에 종사하는 세무단속 요원들은 현재 1만명에서 많아야 2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RS에서 세무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접수된 세금보고서에서 소득을 검사하는 레비뉴 에이전트가 6500명 △세금액을 조사하는 택스 이그재미너 1000명 △대면 세무감사하는 TCO 600명 등 8000명 △무기를 휴대하고 탈세 범죄를 수사하는 IRS 특별요원 2100명 등이다. 연방재무부는 "예산증액에도 불구하고 IRS 특별요원은 2100여명에서 1000여명 늘린 3500명으로 증원된다. 90년대 말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옐런 재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대로 예산증액에도 불구하고 중소업체와 40만달러 이하 소득계층에 대한 세무감사는 늘리지 말라고 IRS에 지시했다. 대신 대기업과 부유층이 신고하지 않거나 낮춰 신고하는 소득을 추적해 과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IRS의 새로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유층은 연수익 1000만달러 이상의 3000여명, 연수익 100만달러 이상인 50만여명이다. 하지만 세금보고에서 30만달러를 신고하고 미신고 소득이 20만달러가 더 있는 경우 등은 집중 타깃에 포함될 것이라고 연방재무부는 강조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