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책임론 피하기 어려울듯

비속어 논란에 자충수 해명, 여론 악화

국정감사 맞물려 야당공세 폭발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해외순방에서 제대로 쓴맛을 보고 있다. 기대를 키워놓고 출발했는데 성과는 미미했다. '비속어 논란'은 감당이 안 될 지경이다. 정상회담에 매달려 무리수를 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주도한 외교·안보라인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미·한일 정상회담 기정사실화'였다. "미국, 일본과는 양자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 대통령실의 15일 발표가 기대를 키웠다.

외교가에서는 당초 성사 가능성에 의문이 적지 않았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경제에, 기시다 일본 총리는 역대 최저 지지율로 국내여론에 매달려 있었고,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한미 정상회담은 '48초 + α' 환담으로 대체됐다. 대통령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화스와프, 확장억제 등 핵심현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뉴욕 일정이 축소됐다던 바이든 대통령은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는 정식회담을 가졌다.

한일 '약식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기시다 총리는 22일(뉴욕 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한국이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21일 벌어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그리고 뒤이은 대통령실의 해명은 국내외 비판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말이 미 의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통령실이 이튿날 우리 국회를 향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하며 '총구'를 여의도로 돌린 것.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3일 "여왕 조문과 유엔무대 데뷔만으로도 다자외교로 빠듯했을 텐데 정상회담까지 추진, 설계단계에서부터 사달이 예고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통상 외교일정은 신중하게 진행하는데 기대감부터 키운 것은 경솔했다"며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순방을 둘러싼 논란은 윤 대통령 귀국 후에도 국정감사와 맞물려 계속 번질 조짐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윤 대통령의 막말 외교참사는 망신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를 걱정하게 만들었다"면서 "망신을 자초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년 9개월 만에 (한일) 양국 정상이 단둘이 면담한 것은 대화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과가 있다"며 비속어 논란에 대해선 "사적인 혼잣말"이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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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 김형선 · 이명환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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