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가능성에 EU '대러 추가 제재'

러시아 내부도 반전시위 등 뒤숭숭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포한 부분적인 예비군 동원령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서방진영은 푸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대러 추가 제재 방침을 확정했다.

러시아는 전략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용했던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폐기되고 전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오전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은 일제히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또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국제질서가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버리고 있다"며 "모든 나라가 푸틴 대통령에게 이런 잔혹 행위를 멈추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키이우 정권의 범죄를 덮고 있다"면서 "돈바스에서 일어난 전쟁범죄를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U 외무장관들은 동원령 발표 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제한 조처를 검토하고,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8차 대러 제재는 러시아산 석유가격 상한제와 민간첨단기술 등에 대한 추가 수출통제 등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 역시 굴하지 않는 분위기다. 22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새로 편입하기로 한 점령지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전략핵무기를 포함한 어떤 무기든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핵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러시아 인접국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동원령 발표 이후 우즈베키스탄 검찰청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군사분쟁에 참전하는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인접국들은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에서는 튀르키예(터키)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무비자로 출입국이 가능한 국가로 가는 비행편이 매진되는 등 이른바 '엑소더스'(대탈출)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러시아 전역에서는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1300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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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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