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긴 장마가 끝났다고 하더니 이번엔 폭우가 덮쳤다. 장마보다 긴 우기(雨期)라고 불러도 좋을 긴 여름이었다. 이젠 가을인가 했더니 덥다. 기상학자들은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지역·계층별 격차를 심화시킨다. 연평균 기온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1970~2019년 발생한 2만2326건의 재해 중 홍수 태풍 폭염 등 자연재해가 1만1072건이었다. 206만명이 숨졌고, 경제적 손실은 3조6400억달러에 달했다. 연구 결과,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가열'시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가난한 나라들은 빈번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실존적 위협을 겪고 있다. 경제발전의 역설이다.

기후부정의 대표적 피해지역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이같은 기후부정의(climate injustice) 현상의 대표적 피해지역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아프리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은 2021년 기준으로 4%대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10개국 가운데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1년 발간한 '아프리카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20년 30년간 아프리카의 평균기온은 이전 30년인 1961~1990년 평균기온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 접한 해수면 상승률도 세계 평균을 상회했다. 페테리 타라스 WMO 사무총장은 "산악지역의 퇴빙 현상이 현재 추세로 계속된다면 2040년대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더 이상 만년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동아프리카 지역의 가뭄과 남아프리카 지역의 홍수 같은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기후변화는 농작물 수확량에도 부정적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에 따른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우간다 지부티 등 7개 나라의 8000만명 이상이 환경파괴로 일상생활에 불안을 겪고 있다는 현황자료를 내놨다. 기후변화는 아프리카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륙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 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은 '기후변화전략 2020~2030'을 수립했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회복탄력적인 요소들을 구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간다는 큰 틀의 목표를 세웠다.

AU는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을 기후변화 대응책과 연동하기 위해 '그린회복행동계획 2021~2027'도 마련했다. 경기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책을 융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계획은 그린회복과 포용적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기후기금 효과와 효율성 제고 △재생가능에너지·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추진 △생태관광 등과 연동된 생물다양성 기반 해결책 모색 △농업분야 기후변화 회복탄력성 제고 △홍수방지 및 수자원 관리 확대 △정보통신기술(ICT) 배양에 초점을 둔 도시 회복탄력성 제고 등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또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경제적 번영' '사회적 포용'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의 3대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AfDB는 2010년대 초반에 이미 2013년에서 2022년까지 10년간의 성장전략을 포용적 성장과 녹색성장으로 이원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저장고 이탄습지 보전에 관심 필요

국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문제는 최우선 어젠다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섰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2020년 AfDB와 협력해 '순환경제 실무단'을 구성했다. 이는 다자개발은행이 개별 국가와 순환경제 구축 파트너십을 마련한 첫 사례였다. 남아공 역시 2019년 탄소세법을 제정해 이산화탄소 대규모 배출 기업을 규제하고, 청정에너지 기술 적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단기간에 석탄 에너지의 활용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청정석탄 기술 활용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전세계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우간다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의 빈도와 양이 증가하면서 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고 있다. 폭우로 인해 특히 빅토리아호수 수위가 높아져 호수 근처에서 어업과 농업에 의존해 생활하던 사람들은 생활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우간다 협동조합연합은 정부와 협력해 연간 5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고 폭우로 인한 토양침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세계 다섯번째 커피 수출국으로 1500만명이 커피재배업종에 종사한다. 하지만 폭염과 기습적 폭우로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고 작물 품질이 저하되면서 지역경제뿐 아니라 국가경제도 해치고 있다. 정부는 커피농장의 고산지 이주를 돕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장기적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이탄(泥炭)지는 선진국 못지않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지역이 중앙아프리카 콩고의 이탄지다. 이탄지는 나뭇가지를 비롯한 식물 잔해가 수천년에 걸쳐 퇴적되면서 형성된 유기물 토지 지역으로 탄소 저장고라고 불린다. 최근 이탄습지 근처에서 상당한 석유 매장량이 확인되었다. 이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돼 무분별한 개발에 놓이게 되면서 기후변화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콩고 이탄지에 약 300억톤에 달하는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 탄소가 대기중으로 방출된다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경고한다. 아마존 습지의 무분별한 파괴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경험하고 있는 국제사회가 이탄습지 보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아프리카 기후변화 협력 접점 살리길

미중, 미러 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협력도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얼마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기후위기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이 쉽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적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판 뉴딜'은 아프리카 기후변화 협력과 관련한 공공외교 확장 차원에서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의 축은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휴먼뉴딜' 등 세 방향으로 구성된다. 이는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 녹색성장과 포용적 성장 간의 융합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제가 ICT다. 아프리카 청년층의 디지털 능력을 고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스마트시티, 탄소저감 확보 및 실행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기상이변 조기경보 체제 등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시스템을 협력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다. 한국판 뉴딜과 아프리카 기후변화전략을 합치해 나가는 것이다.

비록 한국판 뉴딜이 지난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시작되었지만, '디지털-그린-휴먼'의 3각 메커니즘은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기후변화 협력은 미래 먹거리로서의 디지털과 그린 분야를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별 계층별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휴먼뉴딜, 즉 인간안보 측면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