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질긴' 옷 대신 '비싸도 개성 강한' 옷 선호 … MZ세대 부모 '명품화' 주도

'기우였다'

저출산고령화로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던 유아동복업계 얘기다. 유아동복업계는 합계출산율 '0.9 명' 밑으로 떨어진 최근 되레 호황을 맞고 있다. 1년새 매출이 2배 넘게 는 업체마저 나왔을 정도다. 사업을 접은 곳도 있지만 업계 전체로 따지면 저출산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유아동복은 되레 비싸야 더 잘팔리는 명품처럼 변하고 있다. 저출산의 역설, 위기가 기회로 찾아온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지금까진 그렇다.

17일 유통·의류업계에 따르면 유아동복시장이 프리미엄(고급) 브랜드 위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저출산 기조 속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부모·삼촌·이모까지 여덟명이 한명의 아이를 공주나 왕자처럼 챙긴다는 '에잇 포켓(여덟명의 주머니)'이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에 익숙한 3040세대 부모들 사이 프리미엄 아동복에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여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며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자) 특성이 아동복 소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8월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 아동복 매출은 전년보다 평균 48% 증가했다. 특히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해외 고가 아동복 브랜드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국내 유아동복 브랜드 역시 '에잇 포켓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세엠케이 아동복 브랜드 NBA키즈의 경우 1분기에 이어 2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125% 이상 증가했다.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평가받는 아동복시장에서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이후 야외활동·가족 나들이가 늘면서 아동복 수요도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5월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모두 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이 소비자 맘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NBA키즈 2분기 주력 상품인 '셔츠'와 '원피스'의 경우 출시 직후 전체 물량의 80%가 팔렸고 2주 만에 재고가 소진됐다.

이 관계자는 "NBA키즈가 주력 소비층인 MZ세대 부모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아동 전문 의류회사인 제로투세븐은 지난 8월 31일자로 유아동복사업을 접었다. 제로투세븐 패션 사업의 매출액은 2019년 1053억원에서 2020년 626억원으로, 지난해에는 279억원으로 감소했다. 제로투세븐은 공시를 통해 패션사업 부문의 영업종료를 알리면서 "패션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이 지속됐다"며 "잔여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에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쌓인 재고를 감당하기 어려웠단 얘기다. 제로투세븐은 품질은 좋지만 중저가 브랜드라는 점이 되레 발목을 잡은 경우다. 비싼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명품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렸다. 그만큼 MZ세대 부모맘을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으로 소비자 수요가 몰렸는데 아동복 시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명품 아동복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 업계는 해외 명품 등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강남점 10층에 '베이비 디올' 매장을 열었다. 유모차 신발 의류 등 신생아부터 10대 청소년까지 겨냥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서울 잠실점에 '나이키 키즈 메가스토어'를 개장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다양한 형태의 나이키 매장이 있었지만 아동을 겨냥한 전문 매장은 처음이다. '나이키'는 명품에 견줄 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고 마니아층도 두텁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에서 톰브라운 키즈 팝업스토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톰브라운에서 처음으로 전개하는 아동복 라인을 명품관에서 단독 선보이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앞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베이비 디올' 매장을 연 데 이어 '지방시 키즈' '펜디 키즈' 매장을 열었다. 역시 명품회사들이 만든 유아동복을 팔겠다는 의도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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