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일반기능직 대부분 외국인 …지난 20년간 30대 이하 신규 기술인력 1/3로 줄어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사회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다. 산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든 업종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중소기업 건설현장 농수산업 등이 멈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인구구조 변화로 바뀐 시장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일신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업계 어려움을 살펴보고 업종 대표 기업들의 대응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건설현장은 일부 고령층 내국인과 다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진지 오래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작업 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대형건설사 건설현장. 19일 오전 7시 작업시작을 알리는 '안전체조' 구령이 울려 퍼진다. 그런데 한국말이 아니라 중국말이 흘러나온다. 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조선족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 작업언어는 그때그때 바뀐다.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가운데 현장 근로자 숫자와 역할에 따라 작업소통 언어가 맞춰지는 것이다.

박 모 현장소장은 "내국인 근로자는 50~60대, 외국인은 중국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 출신의 30~40대가 많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은 일부 고령층 내국인과 다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진지 오래다. 젊은층 유입이 줄다보니 외국인 대체와 기술인력 고령화가 일반화된 것이다.

내국인 기술인력 고령화는 급기야 내국인 숙련 근로자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 소장은 "반장을 맡고 있는 중국인 근로자 일부가 내국인 숙련 근로자의 주요 작업을 처리하고 있다"며 "최상급 기술은 아니지만 중급 정도는 된다"고 전했다.


◆50~70세 건설기술인력 20년새 10배 증가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1~2021년) 건설시장에서 연령대별 흐름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30대 이하 젊은 기술인력 충원이 급격히 감소했다. 약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건설기술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건설기술인 협회에 등록한 인원은 12만8151명이었다. 그러나 2011년 6만939명으로 1/2 가량 줄었다. 다시 10년이 지난 2021년엔 4만595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기간 청년층 규모 자체가 감소한 탓도 있다.

반면 고령층은 급격히 늘고 있다. 51~70세 기술인력이 2001년에 2만7702명에 불과했으나 2021년엔 28만 1096명으로 증가했다. 20년간 약 10배 많아졌다.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71세 이상 기술인력 역시 같은 기간 2245→2만8637명으로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10년 후 지표를 예상해볼 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기술인력 부족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것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31~50세 기술인력은 급감하는 30세 이하, 급증하는 51세 이상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1년까지는 급격히 늘었다. 2001년 21만 7418명에서 2011년에 46만558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1년에는 37만6967명까지 감소했다. 이 연령층은 매우 중요한 인력이다. 건설산업 경험과 지식, 활동성 측면에서 핵심 연령대라 할 수 있다.

건설산업이 투자·수요 등 외형적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 연령대 기술인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석인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 향상, 인력유출 등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51~70대 연령이 크게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신규유입 부족과 고령화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건설 분야별로도 다른 특징을 보였다. 토목·건축의 기술인력의 경우 전체적인 증감 흐름이 고령화와 비슷한 모습을 나타냈다. 토목 건축 모두 30대 급감, 30~50세 증가후 감소, 51세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핵심 인력(31~50세)의 감소 경향은 토목 부문이 건축보다 더 컸다.

토목은 8만6691→18만5902(114.4%)→12만2372명(-34.2%)이었지만 건축은 7만9154→18만8439(138.1%)→16만361명(-14.9%)으로 집계됐다.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토목(약 30%)과 건축(약 70%) 시장 비중 차이 △토목을 중심으로 한 공공 건설시장 축소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한 민간건설시장 활황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전관리 분야 기술인력은 거의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다.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안전인력 배치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에 따른 흐름이다. 특히 51~70세 구간의 기술인력 증가세가 폭발적이다. 31~50세가 2001년 5823→2021년 1만7784명으로 3.1배 규모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51~70세는 269→1만6580명으로 61.6배 규모로 증가했다.

◆70대 기술사가 현장 관리 = 시공현장 뿐 아니라 건축업계도 저출산·고령화가 남의 일이 아니다. 청년층 기술사 수급이 줄어 고령 기술사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70대 고령의 기술사가 현장을 돌고 있을 정도다.

대형 아파트단지 중심의 양적성장을 추구하다보니 건설경기에 따라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건축대학을 나와도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동산컨설팅 부동산개발(디벨로퍼) 감정평가, 심지어 자산관리금융사 등 전공과 관련없는 다양한 분야로 이직하고 있다.

청년층 기술사 수급이 어려워 외국인 기술사 고용을 고민 중인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 소재 건축설계사무소 대표는 "설계, 캐드(CD) 등 내근이 가능한 작업은 국내 체류중인 베트남, 일본 기술사를 구해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순 설계 작업은 온라인 외주도 가능해 인력수급 문제를 다각화해 해결할 계획이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특성에 따라 미분양이 발생하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외주를 주면서 기술축적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고용불안과 겹친 고령화는 1인 창업을 유도해 1~5인 미만의 설계사무실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근로환경 해소해야 = 청년층의 건설분야 취업회피는 열악한 근무환경, 일에 대한 향후 비전부족, 언론에 노출되는 건설산업의 부정적 이미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건산연에 따르면 △신규인력보다는 경력자 중심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건설업계의 패러다임 변화 △젊은층이 선호하는 대형 건설사 신규채용 감소 △저출산 인구구조 변화로 건설 관련 학과의 경쟁력 저하 △사양산업이라는 대외적 이미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건설현장에 재직 중인 건설기술인의 이직 및 퇴사 의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시공사와 건설관리(CM), 엔지니어링사 소속 건설기술인의 절반 정도(49.2%)가 이직·퇴직 의사를 보였다. 특히 사원·대리급 건설기술인의 이직·퇴직 의사가 54.5%, 55.56%로 높았다.

업무환경 개선과 관련조사에서는 △업무 피로도 및 여가생활을 고려한 일일 업무시간 설정(합산응답자수 195명)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인력충원(169명) △개인 역량 수준을 고려한 수행가능한 정도의 업무 배정(15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타 직장과 유사한 임금 수준 적정화(271명) △복리후생 체계 개선 및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242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식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장은 "최근 건설산업은 업종 전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현장 근무로 인해 근무환경이 열악한 업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열악한 근로환경은 젊고 유능한 건설기술인의 이직 및 퇴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건설현장의 인력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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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김선철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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