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코앞에 둔 세밑, 미국 워싱턴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의장 선출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문제를 놓고 내홍이 깊어지는 양상이고, 하원 지도부를 전면 세대교체한 민주당은 차기 대선후보도 교체해야 하는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매카시 하원의장' 구도 흔들

4년 만에 연방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은 새 하원의장 선출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유력하지만 과반을 달성할지 미지수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한목소리로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뜻대로 하원의장이 선출된다"며 "하원 전체가 아니라 다수당의 과반 지지를 받는 사람을 하원의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공화당 하원의원 총회에서 앤디 빅스 하원의원을 188대 31로 누르고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내년 1월 3일 하원의장에 선출되려면 과반인 218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공화당 하원의원 222명 중 5명만 이탈해도 미달된다. 이미 6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공표했다. 과반 획득이 불투명해지자 매카시 의원은 하원다수당인 공화당 하원의원 222명 중 과반의 지지를 받는 자신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앤디 빅스 하원의원은 강경보수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의 전 회장으로,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을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매카시 원내대표는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보다 중도우파 성향의 새 인물이 의장 후보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덤코커스는 지난 2015년 강경파들을 위원회 배정에서 제한했다는 이유로 존 베이너 당시 하원의장 재선출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공화당 하원은 베이너 대신 폴 라이언을 하원의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프리덤코커스가 이번에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CNN, MSNBC 등 미 언론들은 "매카시를 대체할 새 인물이 마땅치 않은 데다 공화당 하원의원 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를 더 두려워하기 때문에 프리덤코커스의 시도가 통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민주당, 제프리스 원내대표로 세대교체

민주당 하원의 경우 80대 지도부가 전면 퇴진하고 50대이자 최초의 흑인 하원 원내대표 체제가 구성됐다. 세대교체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연방하원 다수당을 내줬으나 222대 213, 단 9석 차이로 선방했다. 82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 짐 클라이번 원내총무 등 서열 1~3위 지도부가 동반 퇴진했다.

새해 1월 3일부터 민주당 하원을 이끌 새 원내대표에는 뉴욕 출신 하킴 제프리스 의원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제프리스는 미국 사상 첫 흑인 원내대표라는 기록을 세웠다. 제프리스 의원은 기존 지도부보다 30년 젊은 52세다.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미국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매일 진전해 성과를 내야 한다"며 "특히 노동계층과 중산층, 중산층을 희망하는 미국인, 가난하거나 병든 자, 고통받거나 적게 가진 자, 젊은층과 노년층, 어린이와 재향군인 등 모두를 위해 싸우는 민주당,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민주당이 되도록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에게 "당내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고 미국민을 위해 매일 전진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고 요청했다.

시네마 상원의원 민주당 탈당 뒤 무소속

이런 가운데 연방상원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 1명이 탈당과 무소속을 선언해 워싱턴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애리조나주 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은 9일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등록했음을 선언한다"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네마 의원은 "애리조나주에선 당파정치를 거부하는 무소속이 확대되고 있어 이에 동참하려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네마 의원은 "민주당 소속일 때 배정받은 대로 상원 상임위원직을 유지하겠지만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당 정책을 논의하는 모임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네마 의원은 표결의 경우 민주당 동료들과 같은 표를 던질 수 있지만 민주당 상원 의원총회에 동참해 행동을 같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버니 샌더스, 앵거스 킹 상원의원 등 무소속 2명이 민주당 상원 의원총회에 참여하고 있다. 시네마 의원은 아예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사안별로 스윙보터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상원 의석분포는 기존 민주 51 대 공화 49석이 아니라 50대 49, 무소속 1석으로 바뀌었다.

척 슈머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최근까지 중도파인 조 맨친 의원과 커스틴 시네마 의원에게 발목이 잡혔다. 중도파가 요구하는 초당적 타협에 나서야 했고, 민주당의 색깔을 내는 정책을 포기하는 등 끌려다녔다.

민주당은 수조달러를 투입하는 '더 나은 미국재건법안'을 민주당만의 지지로 밀어붙였다가 맨친, 시네마 두 의원의 제동으로 결국 규모를 대폭 줄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체한 바 있다. 또 상원의 60표 장벽을 없애려다 포기했다.

내년에도 민주당의 일방통행은 어렵고 초당적 타협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트럼프 출마 반대 여론 60~70%

미국 국민 다수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대당은 물론 소속당 내에서도 출마 반대의견이 압도적이라 차기 대선구도가 흔들릴 전망이다.

CN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차기대선에 재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바이든의 재선도전 찬성 여론은 19%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61%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출마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재출마 지지 여론은 30%로 반대 여론의 절반에 그쳤다.

특히 두 지도자 모두 상대진영의 압도적인 반대뿐만 아니라 소속당 내의 반대론에 부닥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전 반대 비율을 보면 공화당원에선 86%, 무소속 66%에 달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7%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반대 여론은 민주당원에선 88%, 무소속 61%에 달했고 공화당 지지층에선 37%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전을 반대하는 여론의 주된 이유는 '80세 고령'이라는 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대선 재출마를 선언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가 양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돼 재대결을 펼칠지 여부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의 바람을 꺾고 공화당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면,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를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재선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새 후보를 선출할 조짐을 보이면 바이든 대통령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차세대 후보에게 배턴을 넘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