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하는 2023년 미국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실업률 상승의 3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연준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수정 제시한 전망치에 따르면 내년 평균 기준금리 수준은 5.1%에 달한다. 올해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25~4.50%로 끌어올린 연준은 새해 금리를 0.75%p 더 올려 기준금리를 5% 내지 5.25%까지 올린다는 의미다.

내년 기준금리를 5.1%로 잡은 것은 연준이 9월 통화정책회의 때 제시했던 4.6%보다 0.5%p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9월 회의 이후 12월에 속도조절을 시작하되 2023년 기준금리 수준을 더 높이겠다는 입장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한 슈퍼마켓에서 유모차를 미는 한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 현상은 진정됐지만,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보다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언급대로 기준금리를 4연속 0.75%p씩 인상하던 연준은 올해 마지막 12월 회의에서 속도를 조절해 금리를 0.5%p 인상했다.

기준금리 평균 수준이 5.1%가 되려면 현재보다 0.75%p 높아져야 한다. 연준은 새해 첫 회의인 2월 회의에서 0.5%p를, 3월 회의에서 0.25%p를 인상한 뒤 내년 말까지 장기간 유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내후년 돼야 2%대 진입

연준의 연속 금리인상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생긴 40년 만의 물가급등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금리를 올리면 돈을 빌리기도 쓰기도 어려워지는 만큼 수요를 냉각시켜 공급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물가를 낮추려는 것이다.

문제는 한번 올라간 물가가 진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준도 물가와의 전쟁은 2024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물가는 진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하락 속도가 느려 내년 한해는 고금리와 고물가를 동시에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물가지수는 크게 두가지로 발표된다. 대도시 지역의 물가인 소비자물가(CPI)와 미국 전역에서 소비자들이 실제 지출한 물가인 개인소비지출물가(PCE)다. CPI가 PCE보다 통상 1.5~2%p 높게 나오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대에 접어들면 엇비슷해진다. 최근 발표된 10월 CPI는 7.7%였고 PCE는 6%를 기록했다. 11월 CPI가 7.1%로 낮아졌기 때문에 오는 23일 발표되는 11월 PCE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이번 12월 회의 뒤 내놓은 전망치에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PCE가 연말 5.6%(식품·에너지 제외한 근원PCE는 4.8%)에서 내년 말에는 3.1%(근원 PCE는 3.5%)로 낮아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시인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는 시기는 2024년 말 2.5%, 2025년 말 2.1%로 최소 1~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0.5%대 성장

의도된 경기위축 시도로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새해 모두 0.5%에 그칠 것으로 연준은 내다봤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만큼 수요가 냉각되고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고용이 위축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준은 미국경제 성장률이 잘해야 불경기를 모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엔 제로성장, 2024년엔 1.6%, 2025년엔 1.8%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9월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 연말 0.2%, 내년 말 1.2%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를 올해와 내년 모두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수정했다. 올해는 다소 나아지는 반면 내년에는 더 냉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4년 성장률은 9월 1.7%에서 12월 1.6%로 낮아졌고, 2025년 성장률은 9월과 같은 1.8%로 예상됐다.

연준의 물가잡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이 주택시장이었다. 현 상황은 부동산 시장과 미국 경제 전체 위기로 번졌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되기까지 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그때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가대출 프로그램 재설계와 금융시스템 개편 덕분에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뒤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되풀이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침체는 이미 현실이 됐고, 다음 타깃은 고용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Bill Ackman)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의 물가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낮아지기 위해선 '고용시장이 붕괴되는 극심한 경기침체'(Deep Job-destroying recession)가 발생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고용시장도 냉각 전망

미국 고용시장에선 구인난, 실직자보다 더 많은 일자리, 대규모 이직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물가급등에 따른 임금상승을 요구하면서 다수의 고용주들이 고용비용 상승의 상당부분을 가격상승으로 떠넘기고 있다.

이는 연준의 물가잡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월 의장 등은 임금과 고용비용을 안정시켜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계속 오르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연준은 고용시장이 둔화돼 실업률이 현재 3.7%에서 내년과 내후년 4.6%로 급등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럴 경우 미국의 실직자들은 600만명(실업률 3.7%)에서 730만명(실업률 4.6%)으로 130만명 급증하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민간 경제분석기관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 중반 5%를 넘어 1000만 실직자 시대를 겪게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실업률 급등은 일자리를 잃고 돈을 벌지 못해 쓸 수 없는 미국민들이 그만큼 대폭 늘어난다는 뜻이어서 소비지출 급감으로 불경기에 빠질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파월 의장의 연준은 미국경제 연착륙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2023년 미국경제와 미국민들은 5%대의 고금리에도 PCE 3.5%, CPI 5.5%의 고물가와 제로성장률, 실업률 급등의 3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