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이전기관 확정 관심

경제·정치논리 넘는 결단 필요

지자체 환영 속 과거 재연 우려

정부가 올해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지난해 연말 정부의 각종 회의에서도 주요사안으로 다뤄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비수도권 지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18년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시작됐지만 5년간 변죽만 울리고 '희망고문'으로 끝난 경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연말 이전 시작" =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제2세션 '활기찬 지방' 모두발언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360개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이전의 원칙과 방법 등을 정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선 "직원 수 200∼300명의 중규모 공공기관 360개의 이전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 빌딩으로 입주할 공공기관은 내년 연말쯤 되면 입주가 되겠지만,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는 기관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도시 건설방식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존 도심 공동화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과 원칙, 방식을 정하고 일부 기관은 연말부터 이전을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구상대로 올해 연말 이전을 시작하려면 이전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는 무엇보다 이전기관과 이전지역을 확정해야 한다.

만약 우 위원장의 발언이 실현된다면 이전기관 확정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기관 이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제1차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이 균형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혁신도시는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역전을 8년이나 늦췄다. 지역 산업구조의 경쟁력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가 위치한 기초지자체는 수도권보다 종사자와 사업체 수 면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정주여건에 대한 주민 만족도도 상당히 개선됐다.

입주 8년이 지난 2020년 혁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주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45.6%로 수도권 1기 신도시 전체 44.6%를 상회했다. 그러면서 국토연구원은 "전향적인 기업 인센티브 등 민간기업 입주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는 제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 수도권 인구는 다시 증가해 2019년 말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2019년 12월 당시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에 비해 1737명이 많았지만 2022년 12월 말 현재 3년 만에 격차는 53만명으로 커졌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사실상 방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절박한 여야 정치권 협치 = 비수도권 지자체는 최근 정부의 움직임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기대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녹아있다. 전국 지자체는 "하루 빨리 정부의 이전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명확한 방침을 통해 조기에 추진해야 지방자치단체 간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량적 평가보다 인구소멸 지역에 대한 우선 배려 등 정성적 평가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도는 "공영방송과 금융기관 등으로 이전 대상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정부에 구체적 방침을 요구하는 배경엔 그동안의 불신이 깔려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인 2018년 2월 '혁신도시 시즌2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역에선 매년 이어진 선거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초엔 총선을 치러야 한다. 경제상황은 더 녹록하지 않다. 지난 정부들의 실패가 재연될 수 있는 배경이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선 권한을 가진 주체와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면서 "그 어느 사안보다 여야간, 지역간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만은 정쟁과 선거의 도구로 삼지 말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수도권-비수도권이 국가적 차원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3년 지방시대 과제와 전망" 연재기사]

윤여운 최세호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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