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자치분권 특별법 제정 촉구

특례시·특별자치도, 권한이양 요구

지난해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이 시행되고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며 자치분권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방에 대한 통제를 우선시하고 있고 주민자치회 법적보장 등 제도보완도 더딘 상황이어서 지역민에게 '자치분권'은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단이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전국 지자체와 자치분권 전문가들은 권한이양과 자치권 확대를 위해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법 제정 등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획일적인 지방정부의 형태를 인구규모 지역특성에 맞게 다양화하고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해 자치분권의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 = 윤석열정부의 균형발전 '3대 약속, 15대 국정과제' 가운데 첫번째 약속은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국정과제를 '자율성 및 책임성에 입각한 지방자치제도 개선 및 지방정부 권한 확대'(지방분권 강화)로 정하고 △국가와 지자체 간 기능 재조정 △지자체 자치권 강화 △지자체 기관구성 다양화 등 8가지 실천과제도 제시했다. <표 참조>

하지만 자치분권·균형발전 국정과제를 주도할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자치조직권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다. 행정안전부가 대구시의 3·4급 교육파견 인원편성표(TO)를 줄이겠다고 통보하자 대구시가 아예 올해 교육파견을 보내지 않겠다고 맞서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방시대위원회까지 만들어 지자체에 많은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대국민 약속까지 해놓고 자치조직권의 본질까지 침해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해 특례시가 된 수원·고양·용인·창원시가 부구청장 수준의 직제 신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행안부는 "고려해보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행안부도 자치분권 로드맵을 통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조직·인사 등 기존의 권한을 이양하는데 소극적이라는 게 지자체들 반응이다.

이에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협의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에 관한 특별법'(자치분권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자치분권 특별법은 지방의 입장에서 촌각을 다투는 민생법안"이라며 "윤석열정부가 내세운 '지방시대'를 시작하기 위해 하루 빨리 특별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치분권 특별법은 중앙정부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획일적인 지방자치의 틀에 큰 변화 =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정부 기관구성 형태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미 천편일률적이던 지방자치의 틀이 깨졌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면 1년 후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된다. 지난해 5월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전북 제주 세종 강원 4곳이 특별자치시·도가 된다. 앞서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용인·고양·창원시는 지난해 1월 '특례시'로 출범했다. 이들 특례시와 특별자치시·도는 그에 걸맞는 과감한 권한이양과 행·재정상의 특례를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충청·호남권에선 광역경제권 중심의 특별자치단체 구성을 논의 중이고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나설 방침이다. 부울경은 특별자치단체 대신 경제동맹을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의 경우 의회를 직선으로 선출하고 의회에서 단체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기관통합형 모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모든 지자체의 기관구성 형태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따로 선출하는 기관분리형(대립형)이다. 하지만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 제4조는 주민투표를 통해 지자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천편일률적인 정부형태는 지방정부를 통제 및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는 행정편의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며 "획일적인 정부구조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하기 힘들고 효과적인 정부 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 법제화 등 제도보완 필요 = 지방의회에선 '지방의회법'을 제정해 지방의회의 인사권·조직권·예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직원 임용권한을 갖도록 했지만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이 여전히 집행부에 있어 독립된 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에서 누락된 자치입법권 및 자치조직권의 확대, 주민자치회의 법적보장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종규 동양대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과 후속 입법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자치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단체장들이 이러한 권한을 활용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치를 현장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지방시대 과제와 전망" 연재기사]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