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스타트업 한해 발행 절차 간소화

일본, 증권사 중심 규제 테두리 안에서 육성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토큰 증권 발행(STO) 관련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최근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STO에 대한 규제를 정립하고 제도적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와 유사한 방향으로 규제를 만들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찾아본다. <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토큰 증권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7월 기준 약 23조원에 달한다. 토큰 증권 거래소는 약 63개로 미국(15개)과 싱가포르(6개), 영국(3개) 등 3개국에 집중돼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비증권'으로 구분하고, 증권형에는 공모 규제 등 기존 증권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증권법에 따라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기존의 증권법을 적용하고 기타 가상자산은 자본시장 규제체계와 유사한 규제를 입법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 규제체계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토큰 증권을 제도권의 영역으로 편입하는 이유는 기존 규제로 충족하지 못하는 다양한 소액투자 수요를 위한 새로운 증권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국, STO 판단 논의 활발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O 사례는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산의 다양화라는 관점에서 STO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자본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STO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미국은 토큰 증권 발행 시 연방증권법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거나 증권법상 면제 규정을 적용 받으며, 유통은 SEC의 규제에 따라 기존 증권거래소와 유사하게 운영하고 있다. SEC는 2018년 암호화폐 형식의 증권을 발행하려면 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고 2019년에는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인 증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미국은 STO를 통해 발행된 디지털자산이 증권에 해당될 경우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으며 토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해 대원칙인 하위 테스트(Howey Test, 1946년 대법원 판례)를 이용한다. 하위 테스트는 금전투자, 공동사업, 투자자에 따른 수익 기대, 제3자의 노력에 대한 수익 발생이라는 네가지 요건으로 구성되는데 증권법상의 투자계약을 일률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특정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STO를 판단하기 위한 논의는 매우 활발한 상황이다. SEC는 핀허브(finhub)라는 포털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하고 가상자산 관련 비조치 질의에 대한 의견서를 고시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증권형 토큰이 발행되고 있으며 증권형 토큰이 거래될 수 있는 거래소도 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신생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STO를 승인했고 잡스법(JOBS) 규정을 근거로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인 블록스택의 STO를 정식으로 승인했다. 이를 통해 블록스택은 2800만달러(335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리플'과 SEC 간 소송 결과 주목 = 토큰 증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기존 디지털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는 가운데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인 '리플'과 SEC 간 소송 결과도 주목된다. 이번 소송 결과는 알트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리플 소송은 미 SEC가 지난 2020년 말 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그동안 SEC 주요 인사들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증권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온 바 있다. XRP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한 때 시가총액 3위였던 대표적인 알트코인이다. XRP가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대다수 알트코인이 증권에 해당할 수 있으며, 가상자산공개(ICO)를 진행한 여러 발행사들이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에 해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으나,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등장했다"며 "이더리움 스테이킹이 이자 상품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점이 쟁점으로 소송 승패 여부보다 판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금융기업과 가상자산 회사 모두 참여한 토큰증권거래소 경쟁 = 미국의 경우 발행 플랫폼에서 발행된 토큰 증권은 거래 플랫폼으로 이전되어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토큰 증권 거래소는 SEC에 대체거래소 인가를 받고 SEC와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에 브로커-딜러로 등록해야 운영할 수 있다. 토큰 증권 거래소는 증권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상장토큰 관리 및 공시, 투자자 KYC, 수탁, 전문투자자 관리 등을 제공하며 SEC의 규제를 받게 된다.

토큰 증권을 유통시키는 거래플랫폼 사업에는 전통 금융기업과 가상자산 관련 회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은행, 증권거래소, 가상자산 거래소, 탈중앙화거래소, 토큰 증권 거래소 등 여러 주체들이 거래 플랫폼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다만, 거래량은 낮은 수준이다. 7일 기준 토큰증권거래소 'tZERO'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6.5만달러, 'INX'는 3만달러, 'Securitize'는 7000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토큰 발행 플랫폼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토큰 증권 유통시장 역시 증권사 중심으로 장외 시장을 조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 STO에 금융상품거래법 적용 … 투자자보호 목적 커 = 일본은 미국과 달리 2019년 5월, 2020년 5월 두 번에 걸친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STO를 제도권에 편입시켰다. 토큰 증권은 금융상품거래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유가증권(제1항 유가증권)을 전자기록 이전 유가증권 표시권리에 따라 발행한 것을 의미하고 주식발행과 동등한 규제가 적용된다. 일본 정부가 토큰 증권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것은 투자자 보호 목적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와 2018년 코인체크 거래소 해킹으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마운트곡스는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는데 해커의 공격으로 비트코인 85만개, 4.5억만달러, 코인체크는 5.3억달러를 도난당한 사례가 있다. 일본은 증권사가 중심이 되어 토큰 증권 시장을 준비하고 있어 한국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박연구원은 "국내에서도 STO의 자본시장법 적용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형 증권사 6개사로 2019년에 설립된 일본STO협회(JSTOA)는 2020년 4월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STO 와 관련된 업계 규칙과 지침을 제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다수의 금융사가 STO를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20년 시큐리타이즈 재팬(Securitize Japn)과 LIFULL이 부동산 STO를 시행하였으며 목표 모집금액인 1500만엔을 달성, 2021년부터 운용하고 있으며 SBI홀딩스는 증권사 최초로 자회사 주식을 토큰화해 발행했다.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은행은 2021년 수익증권 발행신탁을 토큰화해 전문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했고, 앞으로는 개인투자자까지 투자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해 3월 노무라증권, SBI증권,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수익증권 발행신탁의 토큰을 처음으로 공모 형태로 모집했다. SBI그룹과 SMBC그룹이 공동출자한 대체거래소 오사카 디지털 거래소에서는 올해부터 토큰 증권을 취급할 예정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사카 디지털 거래소에서 토큰 증권이 런칭된 후 생태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큰 증권 시대 개막"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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