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개발부터 지분투자까지 다양 … 리테일 기반 증권사 시장 선점 유리"

올해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토큰 증권(STO) 시대 개막이다. 전통 금융사 중에서는 기존 인프라를 갖춘 증권사가 가장 큰 수혜를 받으며 이를 중심으로 토큰 증권이 활발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큰 증권의 본질은 유가증권으로 증권사 본질에 부합하는 상품이며 자체 플랫폼 개발부터 지분투자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STO의 발행과 유통을 본격 허용하기로 한 뒤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테일 기반의 증권사가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 유관기관 실무회의 시작 =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14일 토큰 증권 관련 10개 증권사 실무진과 첫 회의를 가지고 토큰증권 발행, 유통 겸업 허용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금투협이 가상자산, 핀테크 대응을 위해 이달 신설한 디지털금융팀이 주관한 이번 회의에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은 13일까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STO 관련 질의, 건의사항 등을 조사했으며 이를 취합했다. 이 내용과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9일에는 한국예탁결제원이 STO 관련 22개사와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참가한 업체는 조각투자, 증권사, 비상장 플랫폼 업체, 블록체인 기술 등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이날 모임은 STO 협의체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업체들 간 상호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회의다"라며 "협의체 결정 문제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으로 관련 업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탁원은 전자등록기관으로 토큰증권 해당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10일 국내에 유통 중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공시국이 총괄하는 원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는 향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점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 가상자산의 기술적 특성과 증권 개념의 연계성을 검토해 사례별 증권성 검토 의견을 마련하는 등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조각투자와 토큰 증권을 동일하게 보는 인식이 강하나 엄밀히 말하면 조각투자와 토큰 증권을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금융위가 토큰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했고, 현재 국내 조각투자 사례 중 분산 원장 기술이 사용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으로 판정된 조각투자 업체 중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한 것은 토큰 증권이 될 수 있다"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조각투자를 토큰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TO시장은 상당한 기회 … 2년 전부터 준비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약 2년 전부터 STO 시장이 열릴 것을 준비해 왔다. 가상자산관련 부서 혹은 TF를 구성해 산업 리서치, 블록체인 업계 지분투자, 또는 업무협약(MOU), 컨소시엄 형성, 자체 플랫폼 개발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TO시장은 증권사에 상당한 기회로 자본시장법 내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플랫폼 강화와 고객 확보 차별화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귀금속 등 유형자산, 음악 저작권 등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해지면 중개할 상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증권사들은 개인고객 확보 및 유지를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도화에 집중해왔다. 편리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수점 거래, 마이데이터 등 다방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전히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만약 여기에 STO 매매 기능을 추가한다면 투자자들의 MTS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 인한 중장기적인 고객확보 효과는 매우 커질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자유로운 토큰 증권 발행이 허용될 경우 회사 역량에 따른 고객 확보 차별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자체 발행한 STO 상품은 해당 회사의 플랫폼에서만 거래하도록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증권사 별 좋은 상품을 만들면 고객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테일 기반의 증권사가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을 위주로 토큰화가 가능해지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이 추가된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STO를 통한 자금 조달 수요 증가 기대할 수 있어 리테일 기반의 증권사가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 추가 = 주요 증권사들은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STO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신탁수익증권 방식의 토큰증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KB증권은 SK C&C와 지난해 11월부터 플랫폼구축에 나서 올해 상반기 서비스 출시 예정이다. 이미 STO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핵심기능 개발 작업과 테스트를 마쳤고 유관 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TF팀을 운영 중이며 향후 발표될 STO 가이드라인에 따른 보완 사항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합자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추진한 STO 플랫폼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됨에 따라 '블록체인 기반의 금전채권 수익증권 플랫폼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STO를 활용해 다양한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 사업을 위한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키움증권은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전문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TO와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업 중이다. 리테일 압도적 1위인 키움증권은 연내 MTS 영웅문에서 STO를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지난해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비브릭, 펀블, 카사, 테사 등 총 8개 기업과 협업해 증권형 토큰 유통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개인 고객 수가 업계 1위인 키움증권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기업인 펀블 및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 업체인 열매컴퍼니 등과 STO 관련 업무를 협업 중이며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STO를 위해 디지털 자산 수탁 회사인 인피닛블록에 지분을 투자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초기 토큰 증권 시장은 금융권, 특히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은행계열 증권사들은 조직 내 TF를 신설하고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과 제휴, STO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시장선점을 위해 준비를 했고, 키움증권, SK증권 등도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해 STO 사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큰 증권 시대 개막"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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