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효율성·주주가치 제고·환원 정책 영향력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레벨업 … 본격화 할 전망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전문성·독립성 강화

코로나19 이후 증시 급등과정에서 주춤했던 글로벌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경제침체 등 어려운 투자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주식시장의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2016년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책임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리 잡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자본시장의 첨병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국민연금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전문성 보장과 독립성 강화 이슈가 중요한 이유다.


◆2년 전보다 4.7배 증가 =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행동주의 캠페인은 전년 대비 36% 증가하면서 기업의 운영 효율성 및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대상기업은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국내 주주 행동주의의 영향을 받은 기업 수는 2020년 10개에서 2022년 47개로 4.7배 증가했다. 과거엔 대기업 재벌 기득권 등을 향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현실적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목표하며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은경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와 은행주에 대한 행동주의 캠페인 등이 진행되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됐다"며 "긴축 경기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한 증시 상황 속에서 행동주의가 메인 테마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재무적 성과에만 초점을 둔 전통적인 행동주의 캠페인 증가의 영향도 있지만 기업이 직면한 환경 및 사회 이슈들을 개선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는 ESG 행동주의 캠페인이 전년대비 93%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ESG 행동주의는 전통적인 주주행동주의보다 넓은 범위인 기업의 환경, 사회 이슈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향상하고자 하는 캠페인이다.

◆부족한 배당 등 미흡한 주주환원 가장 큰 원인 = 우리나라에서 주주 행동주의가 급부상하게 된 배경으로는 부족한 배당 등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가계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원과 직원 등의 양극화 심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증시 개인투자자 참여율이 증가하면서 소액주주 연대가 가능한 상황도 큰 배경이 됐다.

먼저 우리나라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45개국 상장기업 자료를 바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특징과 원인을 살펴본 결과 2012년부터 10년간 국내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2배로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69%에 불과했다. 45개국 중 41위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 간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1998~2021년 기간 동안 국민총소득 내 가계 비중은 72.6% → 61.2% 으로 약 11%p 하락했다. 가계 가처분소득은 1999년 대비 2021년 약 3배 증가에 그쳤고, 기업의 경우 동일 기간 내 약 9배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부가가치 생산성 하락 및 임금 격차 확대 현상은 심화됐다. 단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대기업 임금상승률이 가팔라지며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가 60% 이상으로 커졌다. 이자 부담 증가,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임원 보수체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 표출도 시작됐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라는 대의 아래 관련 행동주의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세우는 캠페인의 목표는 개별 기업의 운영 효율성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환원정책으로 집중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과 주주들의 상향식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주주 행동주의와 개별 기관 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앞으로는 거버넌스(G, 지배구조)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G의 요소 중 상당 부분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그리고 주주가치 강화 등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바꿀 국내 주식 투자환경 변화로 주주 행동주의자와의 분쟁에 노출된 기업들은 기업지배 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6년 배당관련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기업과 공식·비공식적인 소통을 하면서 배당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소통 노력에도 기업의 배당 관련 개선이 없으면 대상 기업 명단 (배당 관련 중점관리기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이와 같은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국내 주식시장 내 기업들은 배당성향 자체가 상승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배당관련 추진방안' 적용과 마찬가지로 국내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한 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증시는 총수를 중심으로 한 사익편취 등의 터널링, 부의 승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했던 주요 원인이었다"며 "주주행동주의 증가로 인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확산은 건전한 견제, 감시 기능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고객·노조·거래기업·채권자·정부·사회일반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Stakeholder) 모두에게 신경을 쓰며 주주 뿐만아니라 기업에 소속된 모든 종사자와 공존공영하는 것을 경영목표로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바로 세우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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