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경기대 교수, 언론인

미국 발 초거대 인공지능 챗GPT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무엇이든 질문하면 바로 대답해 주는 '척척박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공지능의 응답수준을 '우'로 평가한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곧 출시될 챗GPT 4.0 시대가 되면 응답능력이 '수'로 업그레이드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초거대 인공지능이 비즈니스, 교육·인재양성, 헬스케어,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가 챗GPT에게 '어떤 영역에서 유용한지'를 질문한 결과 6개 영역, 즉 고객서비스, 대화로봇, 콘텐츠 생성, 언어번역, 연구·분석, 교육·훈련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유럽·한국의 대학에서 챗GPT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26년에는 경기전망 90%를 AI에 의존

세계적으로 초거대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산업적으로 적극 개발해 활용하려는 것과 사회적으로 끼칠 악영향에 대비하자는 관점이다. 후자의 경우 챗GPT가 가짜정보와 인종·성 등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진실을 훼손할 오용 가능성을 제기한다. 나아가 챗GPT가 정치담론에서 '적대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공론의 장이 획일화될 우려도 있다.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대표 지식인으로 독일 작가이자 언론인 마티아스 페퍼 박사와 미 하버드대 저널리즘연구소 니만랩(Nieman Lab)의 자넷 하벤 박사를 들 수 있다.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초거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소수 빅테크가 '제4 권력 저널리즘'을 장악해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목탁인 언론의 거대한 공권력과 사적기업에 대한 탐사 저널리즘, 비판기능, 감시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트위터를 정보플랫폼으로 바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서 조짐을 엿볼 수 있다. 향후 언론사들의 입지는 초거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의해 좁아질 수 있다.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로봇 알고리즘에 의해 수용자가 정보를 떠먹게 되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할 위험성에 직면한다.

미국 오픈AI사가 선보인 자동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경우 저널리스트나 작가가 만든 텍스트와 작품을 로봇 알고리즘 시스템에 종속시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통신사 블룸버그는 현재 경기 전망리포트 콘텐츠의 30%를 인공지능에 의존하고 있는데, 2026년에는 이 비중이 9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초거대 AI가 불러올 악영향 미리 차단

유럽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뉴스 생산과 의견이 로봇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된다면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정치적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EU) 위원회는 '인공지능법'(AI act)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률을 통해 무엇을 허용하고 허용하지 말아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의회가 '인공지능법'을 제정하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실제로는 2025년에 이르러서야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4.0이 출시되면 어떤 역할과 모습을 보이고,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에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과 독일은 가짜뉴스와 증오를 유발하는 인터넷 공간을 다양한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법률로 '데이터보호기본법'(DSA)과 '망관철법'(NetzDG)을 들 수 있다. 개인데이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미국 빅테크의 독과점에 대해서도 규제한다.

EU가 챗GPT를 규제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유럽 전통사상에 기반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지속성장 가능한 사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독일·미국에서 활동한 사회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빅테크가 져야 할 '책임원칙'을 강조한다. 그는 "경제적·기술적 힘이 결합하면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쓸어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술문명의 윤리와 관련해 확고한 책임의식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과학철학사상은 유럽공동체 헌법 제191조 '사전준비원칙'에 반영되기도 했다. 공동체인 EU가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미디어분야 최고 전문가인 강원대 정윤식 교수는 "초거대 인공지능이 불러올 악영향에 대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신기술을 지켜보는 입장에 있지만, 유럽은 미래를 대비하는 법철학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대륙법에 기초하고 있어 사전에 법적 테두리를 준비하면서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EU 헌법이나 정 교수 주장에 내포된 의미는 '지속성장 가능한 사회'를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U는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라 느슨한 공동체다. 따라서 무엇보다 단결과 귀속성이 중요하다. 공동의 공론장이 없어지면 통합이 사라져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 이는 향후 이슈인 환경 보건 외교안보 정책 마련 프로세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현재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이다. 20세기 두번이나 비참한 전쟁을 겪은 유럽으로서는 그 같은 참사를 또 다시 경험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

'잘살아 보세'에서 '앞서 보세'로 전환을

그럼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법은 우리 현대사 발전을 조망하는 공시적 시각, 글로벌 트렌드와 발전과정을 파악하는 통시적 시각, 그리고 '지금 여기'라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새로운 대한민국 슬로건을 만들고 단결하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인 플랜을 세워 미래로 전진하는 것이다. 전자는 초거대 인공지능이 '싱귤레러티', 즉 인공지능이 보통사람보다 더 똑똑해지는 시기에 대한민국이 '똘똘하자'는 국민운동, 더욱 지혜롭게 '스마트(smart)하자'는 국민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광기를 보이는 극렬분자처럼 '어리석은 군중'이 되어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는 '하면 된다'라는 슬로건으로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한 성공의 DNA가 있다. 다시 한번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에 똘똘한 집단지성으로 뭉치면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공영방송 등 미디어의 적극적인 캠페인도 중요하다.

후자는 대통령 국회 지자체가 나서 다양한 초거대 인공지능 포럼과 축제 및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2000년부터 '과학과의 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마다 '물리학'(2003년), '정신과학'(2007년), '미래프로젝트'(2012년), '미래도시'(2015) 등 아이템을 잡아 산·학·연·정·민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연중행사를 개최한다. 2019년 '인공지능의 해'에는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정부·지자체와 각종 연합회·협회가 체험전시·기술발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했고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이에 참여하면서 국가행사로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철우 경북도지사)도 2차산업혁명의 메카인 경북 구미에서 '초거대 인공지능의 날'을 선포해 다양한 축제 이벤트와 경진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초거대 인공지능 응용기술' 환경을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한국판 '제2 과학혁명' 붐업이다. 과거엔 '잘살아 보세'로, 이제는 '앞서 보세'로 다음 세대에 지속가능한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