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ESG 공세, 투자 수익률 저하시키는 중대한 위험요인"

주주제안 범위 확대 … 글로벌 연기금 탄소중립 투자 강화

주주행동주의 및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ESG를 고려한 의결권 행사가 증가하고 있다. ESG와 관련한 주주제안 스펙트럼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ESG투자가 세계적 흐름이 되고, 기후변화가 기업환경의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ESG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으로 변화 발전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를 위한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는 ESG 요소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한 과제를 투자과정에 포함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관점에서 제반 원칙들이 개정되고 있다. 연금기금 운용에 ESG 요소의 고려를 권장하는 정도는 한층 더 강해지고 있다. 영국은 2020년에 이미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더욱 고려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미국과 영국 등의 경우와 달리 ESG 요소의 고려에 대한 법적인 규정은 아직 없지만 국제적 경쟁력 관점에서도 국내의 기관투자자 및 기업 모두가 ESG 요소 등 비재무 정보에 관한 이해를 한층 더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nti-ESG, 기업실적 악화"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ESG를 고려한 의결권 행사 권고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 ESG 공세에도 불구하고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은 ESG 이슈에 관한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권고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기후변화와 다양성 등에 관한 자사의 주총 의결권 행사 권고가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SS도 ESG 요소에 대한 의결권 행사 권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ISS는 ESG에 대한 고려가 투자자에게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고려한 의결권 행사는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미 공화당이 집권한 텍사스주와 유타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21개 주의 법무장관은 글래스 루이스와 ISS에 2023년 주총 의결권 행사 지침에 대응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 주는 ESG 이슈 의결권 행사 권고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주제가 아니며, ESG의결권 행사가 투자자와 연기금의 경제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래스 루이스는 기업 활동에 있어 ESG 관련 위험이 완화되는 것은 장기적 주주이익증진과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사회 구성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한 의결권 행사 권고까지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사모펀드 블랙스톤 등은 지난달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 보고서에서 ESG투자에 관한 반-ESG가 재무제표(기업실적)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형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들은 미 공화당의 반-ESG 공세가 투자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연기금과 퇴직연금 운용사가 기후변화 대응 등 ESG요소를 고려해 투자처를 선택하고 주주총회에서 대리투표 등을 통해 ESG 관련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공화당은 연기금의 ESG요소 기반 투자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제출해 찬성 50표, 반대 46표로 상원을 통과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속되는 반-ESG 움직임이 관측되며 미국의 금융업계에서는 피로감이 쌓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ESG 공세에 다수의 미국인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연기금의 ESG 투자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일반투자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이 더 강하게 반대하는 이례적인 결과도 나왔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펜실베니아주립대학이 기업의 ESG 투자에 법적인 제재에 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ESG투자를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의 57%가 반대 입장을 밝혔고 공화당 지지자 중 70%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업성과측정플랫폼인 JUST 캐피탈은 미국 전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연기금의 ESG 투자 금지는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주주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답변을 주로 받았다. 환경 등 비재무적요소를 고려하는 투자가 더 바람직한 투자라고 답한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ESG에 대한 회의적 생각과 공격이 발생하고 있지만, 거버넌스 측면에서 ESG 요소에 대해 고려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ESG와 관련된 의결권과 주주행동주의는 더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주주제안 활성화 기반 마련 = 2021년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해석지침이 변경됨에 따라,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부터는 ESG 주주제안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이사회 재량권 침해 가능성이 낮은 안건들이 ESG 주주제안의 주류를 이룬 반면, 구체적인 ESG 전략목표나 전략 이행방안까지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호정 연구원은 "작년 ESG 주주제안의 평균 지지율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ESG 주주제안 자체에 대한 지지 철회가 아닌, 규제 완화로 인한 ESG 주주제안 내용 확장에 따라 주주들의 선택의 폭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SG를 중시하는 주주관여의 본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촉구나 이념적인 의제가 아니다.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기업의 가치 창출과 장기적 차원에서의 재무 안정성 추구에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탄소중립 목표 이행의 촉구나 근로자 권익 향상에 대한 주주제안들이, 환경 보호의 관점보다는 기후변화 규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전략의 수립 및 이행 촉구, 노동 개혁의 관점보다는 인적 자본 관리(HCM) 측면에서 진행될 때 가결비율이 높다. 또한 주주들은 ESG 경영전략 수립 요청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후속 주주제안을 이어가며 ESG 워싱 우려에 엄격히 대응하고 있으므로,기업들의 현실적인 목표와 이행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강화되는 글로벌 연기금의 탄소중립 투자 = 유럽계 연기금의 탄소중립 요구는 강해지고 있다. 자산규모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작년 9월 모든 포트폴리오 대상 기업에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도록 한다는 '기후행동계획을 발표했다. 70개국 9000여개 기업에 투자한 노르웨이 오일펀드는 앞으로 더 적극적인 탄소중립 유도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5000억유로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연기금 ABP는 탄소중립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투자 대상 기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ABP는 지난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150억유로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ABP는 투자 대상 기업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약속과 엄격한 기준의 중간 목표 설정을 요구할 것을 강조했다. ABP의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절반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ABP는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BP는 저탄소 전환에 의지가 없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블랙록은 기후변화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ESG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블랙록은 ESG를 중시하는 기존 스튜어드십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바로 세우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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