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명에게 영향을 미칠 두가지 주요 정책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몰려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학 학자금대출 탕감'과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정책'이 해당 사안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두 사안에 대해 6월 말 최종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6대 3 보수우위로 바뀐 현재의 대법원 구도상 폐기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학 학자금대출 탕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야심차게 발표한 정책이다. 미국인들이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융자를 받았던 학자금대출 가운데 1만~2만달러를 일괄 탕감해주려는 것으로 국민 4000만명 이상이 여기에 해당된다.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DACA, 다카)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으로 바이든행정부가 지난해 개정했다. 현재 위헌소송 심리가 진행 중인데, 연방대법원이 폐기판결을 내리게 되면 한인 청년 1만여명을 포함해 80만명의 다카 수혜자, 나아가 불법체류자로 사는 드리머(Dreamer) 200만명 이상이 체류 신분을 잃고 공중에 뜨게 된다.

연체유예 - 새 소득기반 상환 검토

워싱턴 정치권은 연방대법원이 학자금대출 탕감을 무산시키고, 다카정책을 폐기하는 부정적 판결을 내릴 것에 대비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이든행정부는 학자금대출 탕감 계획이 무산될 것에 대비해 일괄 탕감을 재추진하기보다 우선 연체를 최장 1년까지 유예해주고, 올해 말부터 시행하는 새로운 소득기반 상환을 활성화해 소액씩 갚도록 한 다음, 길어도 10년 후에는 나머지 대출 잔액을 탕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이든행정부의 대안은 첫째, 갑작스런 상환 재개로 연체와 디폴트가 급증하는 혼란을 막는 조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3월부터 3년반 동안 학자융자금의 월 상환유예 조치를 취해왔다. 그런데 지난 1일 연방의회가 합의, 통과시킨 부채한도 협정에 따라 이 조치는 오는 8월 30일 종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방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9월 1일부터 월 상환을 재개해 밀린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던 학자금 탕감안은 부모의 연 소득이 12만5000달러 미만일 경우 최대 1만달러를, 연방 재정 보조를 받는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이나 졸업생은 2만달러까지 면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대출상환이 3년반 만에 재개되는 데다 올 들어 42만명이 해고되는 등 대기업 감원태풍 여파로 대출금 월 상환액을 제때 내지 못해 연체를 하고 3개월 후 디폴트, 즉 지급불능에 빠지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전체 학자금 대출자의 20% 이상이 당장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 연방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대학을 다녔거나 이 기간 졸업한 학생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평균 1만~2만달러씩 추가 대출을 받았다. 게다가 졸업 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은행 이자율 상승으로 갚아야 할 월 상환금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통계를 보면 전체 연방 학자금 대출자 중 약 700만명이 25세 미만이며, 이들의 평균 대출잔액은 1만4000달러 미만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채무불이행자의 평균 잔액은 1만5300~4만달러 미만이었다.

이에 바이든행정부는 현재 연체로 분류하지 않도록 유예해주는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의 3개월 시한을 1년 정도로 연장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팬데믹 기간 중 졸업한 700만명이 상환유예로 월 상환계획(payment plan)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올 하반기 시행되는 새로운 소득기반 상환 프로그램을 대거 활성화해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학자금대출을 탕감받도록 돕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새로운 소득기반 상환 프로그램(Income Based Payment Plan)은 학자금 대출자들이 월수입에서 주거비와 식품 등 필수지출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에서 소정의 비율을 정해 소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9월부터 월 대출금 상환이 재개되면 한달 평균 350달러를 갚아야 하는데 새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한달 100달러 미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현재의 20년이 아닌 10년 동안만 상환하면 그 이후에는 남은 잔액을 탕감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매달 적은 금액을 갚고 10년 후에는 남은 잔액을 전액 탕감받아 학자금대출 부담에서 일찍 해방되는 혜택을 보게 된다.

다카 종료 대비 드리머보호법안 추진

불법체류 청소년들의 추방을 유예해온 다카 정책이 곧 연방대법원 판결로 폐기될 위기에 내몰리자 수백만 드리머들에게 영주권과 시민권까지 제공하는 보호법안이 초당적으로 재추진되기 시작했다.

다카 추방유예정책이 11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연방하원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의원 11명이 공동스폰서로 참여해 '아메리칸 드림과 약속법안'(The American Dream and Promise Act) 2023(HR 16)을 공식 상정했다. 이번 재추진에서는 실비아 가르시아 하원의원 등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이 주도하고 있으나 지난번과는 달리 마리아 살라자르 하원의원 등 공화당 하원의원 3명도 공동스폰서로 동참해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에서 최초로 법안을 만든 조 로프그랜 하원의원과 100명의 회원을 가진 진보파 그룹 프로그레시브의 프라밀라 자야팔 회장, 주디 추 아태계 의원총회 회장 등이 모두 공동스폰서로 앞장서고 있어 성사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과 약속 법안은 2021년 1월 1일 이후 미국에 거주해온 18세 미만 불법체류 청소년들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드리머들, 특히 이미 다카 프로그램에 등록한 불법체류 청년들에겐 신청서를 접수하고 신원조회를 거쳐 승인되면 10년짜리 조건부 영주권을 제공하게 된다.

조건부 영주권을 받는 드리머들은 그 기간 안에 2년 이상 대학을 수료하거나 학위를 취득하고 또는 2년 이상 미군에 복무하거나 최소 3년 동안 취업한 경력을 증명하면 조건해제를 신청해 정식 영주권을 받게 된다. 정식 영주권을 받는 드리머들은 보통의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린카드 취득 5년 후에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연방상원의 초당파 상원의원들도 200만 드리머 구제법안을 올초부터 재추진해왔다. 초당파 상원의원 8명이 추진해온 이민법안은 드리머 200만명에게 영주권과 시민권을 허용하는 대신 국경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갱 오브 에잇'(Gang of Eight)으로 불리는 이민개혁 초당파 상원의원 8명은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또는 민주계인 시네마 상원의원과 마크 켈리, 크리스 머피, 크리스 쿤스 의원, 공화당에선 존 코닌 상원의원과 톰 틸러스, 제임스 랭크포드, 제리 모랜 의원 등이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멈추게 하려면 3/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이민법 개정 같은 갈등법안의 경우 상원 60명(3/5)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60표 장벽을 넘으려면 민주당과 민주계 상원의원 51명 전원에다 공화당에서 9명 이상 가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당적인 드리머보호 이민개혁법안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대로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