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사헬지역은 2020년 이후에만 8번이나 쿠데타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이 쿠데타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헬지역에서 쿠데타 벨트가 만들어진 원인은 민주주의 공고화 실패, 프랑스 및 서구에 대한 거부감 등에다 만성적인 빈곤과 경제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7월 26일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군부가 압두라흐마네 치아니(Abdourahamane Tchiani) 경호실장 주도하에 무력으로 모하메드 바줌(Mohamed Bazoum) 대통령을 축출했다. 최근 사헬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적인 군부 쿠데타의 마지막 도미노 블록이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아프리카의 중북부에 동서로 길게 자리한 사헬 지역은 오랫동안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여파로 매우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이 계속된 곳이다.

2019년 수단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를 시작으로, 2020년 8월에는 말리에서도 쿠데타로 대통령과 총리가 구금되기도 했다. 2021년에는 기니에서 알파 콩데 대통령이 개헌으로 연임에 성공한 직후 쿠데타로 축출됐다. 차드에서는 반군과의 교전에서 전사한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의 아들 마하마트 데비 이트노가 군정을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2022년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대통령 로슈 카보레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직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연이은 쿠데타로 사헬 지역에서는 기니에서 수단까지 이어지는 5600㎞의 '쿠데타 벨트'가 완성됐다.

2020년 이후에만 8번이나 발생한 사헬 지역의 쿠데타 물결은 빠르게 확산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쿠데타를 지지한다는 점에서도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니제르에서는 국민 80%가 쿠데타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적 빈곤과 경제위기가 근본 원인

이처럼 사헬 지역에 쿠데타 벨트가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민주주의 공고화(consolidation) 실패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일견 민주적으로 보이는 선거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독재자들은 오히려 선거 승리가 주는 정당성에 기대 사법부를 장악하고 헌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기간의 통치를 시행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엘리트 및 집권세력에게 편중된 권력구도에 대한 불만과 기후위기, 국제테러리즘 등이 극심해진 것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다음, 프랑스 및 서구에 대한 거부감이다. 프랑스는 과거 아프리카의 거의 절반가량을 식민지로 삼았으며 현재까지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은 2020년 통용이 종료된 공용화폐 '세파(CFA)프랑'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유산이 매우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사헬 지역의 쿠데타 벨트 역시 대부분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겪었던 국가들이다.

현지인들은 독립이후에도 프랑스가 자국을 정치·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천연자원 등 여러 이권을 강탈하고 있다고 인식해왔다. 2022년 프랑스 육군은 사헬과 사하라에서 대테러 군사 작전인 '바르칸 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고 오히려 혼란만 증폭됐다. 그에 따른 프랑스군 철군은 프랑스 및 현지 정부에 대한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사헬 지역의 주민들이 반프랑스를 명분으로 하는 쿠데타 세력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 니제르의 쿠데타 발생 이후에 곧바로 대대적인 반프랑스 집회가 열렸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여파로 프랑스는 오랜 기간 공생 관계를 유지했던 아프리카의 친프랑스 정권들을 대부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 현지의 극단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연이은 쿠데타의 근본적인 원인은 만성적인 빈곤과 경제위기다. 수십년 간 축적된 민심이반과 응축된 불만이 표출되는 양상은 과거 중동의 연쇄적인 민주화 혁명과도 유사성을 지닌다. 당시 혁명을 초래한 원인은 서방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 이로 인한 시민들의 좌절감이었다. 중동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유가하락으로 사회적 혜택이 축소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고, 2000년 이후에는 소비자 물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청년들의 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불만이 사회 불안정으로 연결되면서 정치변동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GDP 성장률은 4.2%였다. 이러한 성장은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에티오피아와 르완다 가나 등의 일부 국가에만 해당한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지속적인 성장(consistent growers)'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21%이며, '최근 성장(recent accelerators)'을 달성한 국가들은 7%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 둔화(recent slowdown)' 및 '저성장(slow growers)'으로 분류된 국가는 각각 46%와 26%로 3/4에 육박한다.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에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경제 상황과 빈곤, 해외자본 및 정부의 이권 독점, 막대한 대외부채가 가져온 부작용,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끼친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기 등에 대한 응축된 불만이 자연스레 쿠데타 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국제사회가 사헬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

사하라 이남 지역의 쿠데타에 대해 국제사회와 서아프리카 공동체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정학적 지역적 난민을 포함한 인권 및 안보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사하라 이남 지역은 국제사회에서 우라늄 석유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에너지 공급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국제 사회와 서아프리카 공동체는 사헬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고,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유럽을 겨냥해 테러를 저지르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주요 근거지다. 사헬 지역 내의 정치적 이슈나 국가 간의 갈등은 분쟁국의 국경을 넘어 주변 국가, 나아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2021년 말리군정이 러시아 바그너(Wagner Group) 용병을 끌어들였듯이 니제르 군부도 러시아 바그너용병 지원 요청을 하면서 지역 분쟁의 양상이 국제전 양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프랑스와 서방국가의 철수결정과 더불어 러시아의 결정은 지역 내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역 안보와 안정이 더욱 위협받게 되었고, 주변 국가들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사회가 지역갈등 및 위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국제사회도 국가 간의 관계와 국제안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연관된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 인권과 안보문제도 있다. 쿠데타를 비롯한 정치적 불안정은 해당 지역 주민의 인권 침해와 안보 위협을 유발하며 난민을 발생시킨다. 수단사례에서 보듯이 올 4월부터 시작된 분쟁으로 지금까지 3000여명의 사망자, 6000여명의 부상자와 3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렇듯 인권과 안보는 인류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아 정상회담 준비에도 시사점 제공

최근 급변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정세는 대아프리카 진출과 교류확대를 위해 2024년 5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시급하고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의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개발 및 협력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거버넌스와 빈곤 퇴치, 탄소중립, 경제상황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육과정, 관광자원 활용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소수 거점 국가에만 집중됐던 보건과 농업 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IT 등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