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송 위스콘신대

지난 25일 미국 메인주의 두번째로 큰 북부 도시인 루이스턴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12명 이상이 다쳤다. 주 및 지역 경찰은 총격범 수색을 위해 루이스턴과 주변 지역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요청했으며 한동안 이 지역의 많은 학교와 사업체가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리고 총격 발생 48시간이 지나서야 자살한 용의자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루이스턴 총격사건은 올해 발생한 수백건의 총기난사 사건 중 하나이며, 콜로라도 시카고 루이지애나 등 여러 지역에서 일주일간 연쇄적으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발생한 사건이다.

선진국 중에서 총기사건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미국보다 많은 국가는 없다. 자살과 살인을 포함해 매일 120명의 미국인이 총기로 사망, 연평균 4만3375명에 달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총기로 인한 살인율은 다른 선진국 국가의 26배에 달하며, 자살률은 12배 가까이 높다. 최소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은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1년에는 686건으로 최고치에 다다랐다.

루이스턴 총기난사 사건을 포함해 2023년 10월 말 현재 미국에서는 이미 565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2021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구 3%가 미국 총기의 절반 소유

이러한 참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총기가 자신과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난제다. 미국의 총기 소유 문화는 대량 총격사건 이후 총기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총기 소유 여부를 등록하는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부재하고, 총기 밀매를 규제하는 강력한 연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기 암시장이 번성하고 있다.

게다가 DIY키트 혹은 3D 프린터로 직접 총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내 개인 소유 총기수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잘 알려진 대로 특히 전미총기협회는 활발한 로비활동을 통해 총기 판매를 추적하고 국가 차원의 총기등록소를 설립하는 연방법안을 격렬하게 제지하고 있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연구 프로젝트인 '소형무기조사(Small Arms Survey)'의 추정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는 약 3억9000만정의 총기가 유통됐으며, 이는 인구 100명당 약 120.5정의 총기를 보유하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5가구 중 1가구가 총기를 구매했다는 조사에 따른다면 이미 2018년 수치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제조 및 수입된 총기류의 수도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총기 보유율은 여전히 다른 어떤 국가보다 훨씬 높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총기 보유율이 높은 예멘은 인구 100명당 총기 보유량이 52.8정에 불과하다.

2016년 하버드대와 노스이스턴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총기는 극소수 가구에 집중돼 있다. 인구의 단 3%가 미국 총기의 절반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평균 17정의 총기를 보유한 '슈퍼 오너'라고 불린다. 갤럽은 2022년에 미국인의 45%가 총기를 소지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총을 든 선량한 사람 이론' 널리 퍼져

총기 관련 연구자들은 미국의 총기 소유와 총기 난사 사건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음을 주장한다. 2013년 보스턴대가 주도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총기 소유율이 1%p 증가할 때마다 주 총기 살인율이 0.9%씩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대량 총격사건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많은 총을 소지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총을 든 선량한 사람 이론(good guy with a gun theory)'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경찰이나 무장한 일반인이 실제 총기사건을 성공적으로 제지할 수 있었던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 텍사스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총격사건 대부분은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공격이 종료됐거나 가해자가 투항 혹은 자살했기 때문에 경찰이 공격자를 제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총격이나 다른 방법으로 가해자를 제압해 성공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던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주립대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133건의 대규모 학교 총격사건에서 무장경비원이 있었던 경우에 오히려 총기로 인한 사망률이 2.83배 더 높았다고 한다. 연구진은 "무장경비원의 존재가 총격범의 공격성을 증가시켰으며, 총격범들은 대부분 사건 직후 자살하기 때문에 총기 소유가 총격사건의 억제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미 의회가 지난해 발생한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총격사건 이후,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제한적인 총기 개혁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2022년 6월 통과된 '초당적 안전한 지역사회 법안(Bipartisan Safer Communities Act)'은 각 주에서 총기 규제법안이 통과되도록 장려하고,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했으며, 가정폭력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총기 구매가 불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무기밀매와 대리구매 처벌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총기류를 금지한 것도 아니며 법원이 지정한 무기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정도에 머물러, 보편적인 신원조회를 시행하더라도 총기 폭력을 근절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이 총기규제 더 어렵게 만들어

또한 미 대법원은 연방 또는 주 의원들이 총기폭력에 맞서 싸우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08년 대법원은 미국총기협회 CEO 웨인 라피에르(Wayne LaPierre)가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총을 든 선량한 사람 이론'을 사실상 헌법에 반영했다.

'컬럼비아 특별구 대 헬러 사건(District of Columbia v. Heller)'에 대한 판결은 미국 역사상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보호한다고 판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었다. 당시 헬러 판사는 수정헌법 제2조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총을 가진 선량한 개인이 총을 가진 악당을 막기 위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 판결에서 '내재적 정당방위권은 수정헌법 제2조 권리의 핵심'이라고 인용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2021년 '뉴욕주 소총 및 권총협회 대 브루엔 판결(New York State Rifle & Pistol Association v. Bruen)'을 통해 수정헌법 제2조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총기규제를 규정한 10년 이상의 판례를 폐기했다. 브루엔 판사는 미국 내 총기사건에서 압도적으로 사용되는 권총을 미국의 많은 공공장소에서 쉽게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 이후 12개 이상의 주와 연방의 총기규제 결정이 전부 또는 일부 무효가 됐다.

게다가 지난 수년 동안 많은 주에서는 총기구매를 어렵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총기규제를 완화했다. 동시에 총기 소유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최소 27개 주에서 주민이 허가없이 권총을 소지할 수 있고 교직원과 교사가 교내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정부가 총기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들에게 완전한 총기규제는 아직도 머나먼 이야기다.

김찬송 위스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