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형 재수생 유입 증가 … 전문가 "2025 무학과·의대증원 대입 지형 흔들 것"

2024 대입이 마무리됐다. 큰 변화 없이 2023학년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던 2024학년 대입은 ‘불수능’의 영향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가 변수로 지목됐다. 1등급 비율이 4%대로 하락하면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에도 비상이 걸렸고 이는 수시·정시 모두 영향을 미쳤다. 수능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로 인해 교차지원이 계속됐다. 한편 수시의 학생부 전형은 경쟁률로 희비가 엇갈렸다. 학생부교과전형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학생부종합전형은 상승 폭이 커졌다. 주로 정시에 지원했던 졸업생이 자기소개서가 사라진 종합전형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대입은 흔히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한다. 지난 결과를 바탕으로 다가올 입시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4 대입 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5 대입을 점검해본다.

고교 진로진학 교사들은 2024 대입의 최대 변수로 수능 영어를 지목했다. 수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미충족 요인이 돼 수시와 정시에 연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수능에서 영어는 절대평가이다 보니 중상위권 학생들은 영어와 한두 전략 영역을 더해 최저 기준을 충족한다. 2024 영어 1등급 비율은 4.71%로 전년의 7.83%보다 3% 이상 감소했다. 2등급까지의 누적 비율도 22.88%로 전년(26.50%)대비 약 4% 줄었다. 반면 3등급대까지 누적 비율은 46.84%, 48.25%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어려웠던 수능 영어, 수시·정시 연쇄 파장 = 조국희 부산 부경고 교사는 “1, 2등급대에서 영어의 체감 난도가 높았던 셈”이라며 “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침에 따라 지문이 쉬워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수험생들은 지금까지 영어에서 초고난도 문항을 뺀 나머지 문항을 모두 맞혀 1~2등급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대개 지문으로 난도를 예측했다. 2024 수능 영어는 지문이 어렵지 않은 반면 선지가 까다로워 중상위권 학생들이 시간 관리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최저 기준 충족이 변수로 부상, 결과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충남대 의대에 3등급대, 부산대 기계공학과·경영학과에 6등급대 합격자가 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영어 1등급을 최저 기준으로 내세운 연세대 HASS에서 대규모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정시 경쟁률 급등했지만 합격선은? = 2024 정시에서 주요 대학 경쟁률이 높게 형성됐다. 난도 높은 수능으로 안정 지원 경향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다. 다만, 합격선은 경쟁률과 무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학생들이 모의지원 서비스를 맹신하면서 초기에 높게 형성된 지원 점수가 수험생의 심리와 지원 패턴을 크게 흔들었다”며 “특히 중상위권은 기대보다 낮은 성적에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소신·상향지원하는 한편, 교차지원을 활용하거나 당초 계획보다 합격선이 낮은 학과에 지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중상위권 모집 단위를 중심으로 예측보다 합격선이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합격선이 낮은 모집 단위는 이탈자가 적어 합격선이 탄탄해졌다는 후문이다. 상위권 대학·모집 단위도 실제 합격 가능권인 학생들이 지원을 분산하면서 최상위권이 의학 계열이나 ‘SKY’ 등에 중복 합격해 빠져나간 자리를 크게 상향 지원한 수험생이 차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최초 합격선과 최종 합격선의 차이가 커 모집 단위별 결과가 뒤집히기도 했다.

교차지원은 여전히 강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4 수능은 수학 미적분과 과탐Ⅱ의 표준점수가 높았다. 미적분(148점) 표준점수 만점이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 높았고, 과탐Ⅱ의 표준점수도 종전 대비 높게 형성 돼 자연계열을 지망생이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할 때 이점이 컸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상경계열처럼 합격선이 높은 인문계열 모집 단위의 정시 합격자는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새로운 대입이 도입될 2028학년 이전까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교과전형·종합전형 경쟁률 엇갈려 =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은 2023에 이어 2024 수시에서도 경쟁률이 하락했다. 합격선도 전년 대비 내려갔다는 평가다. 고3 학생 수가 줄어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상당수 대학이 추천형 교과전형의 지원 자격을 재학생으로 한정하고 지원 가능 인원은 늘리면서 상위권 대학 교과전형에 지원 가능한 자원이 일반고에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경쟁률이 상승했다. 자기소개서가 폐지돼 부담을 던 졸업생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3은 전년 대비 3만6000여명 감소했는데, 2024 수시지원자는 약 1만4000명 늘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2025 대입 관전 포인트

① 무학과·의대 증원 = 조만기 경기 남양주다산고등학교 교사 : 2025 대입은 무학과 선발, 교대 인원 감축, 의대 증원 등 굵직한 이슈가 많다. 그중에서도 선발 규모가 큰 무학과 선발은 대입 지형을 크게 흔들 전망이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국립대는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무학과 선발을 늘려야 한다. 대규모 선발 인원을 갖춘 신설 모집 단위가 등장해야 하는 셈인데, 어느 전형으로 선발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시에서 선발할 경우 모집군을 주목해야 한다. 지원자층이 서로 간섭되기에 아예 모집군에서 분리 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가·나군 중심의 최상위권 정시 지원 경향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지원선도 문제다. 같은 대학이라도 모집 단위에 따라 선호도·합격선의 차이가 크다. 무학과는 이를 아울러 선발하기에 지원·합격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수험생들에겐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의대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증원 규모가 클 전망이며 대부분이 가이드라인인 지역인재전형 선발 60%를 맞추려고 할 것 같다. 특성상 교과전형으로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역 내 교과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을 지역 의학계열이 대부분 흡수하게 되고 최상위권 공대 등 자연계열 모집 단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또 인원은 늘어도 최저 기준은 예년 수준이라 교과 성적 합격선이 크게 내려갈 수 있다. 수능이 어렵게 나온 2024 대입에서도 일부 지역 거점 국립대 의학계열에서 교과 4등급 후반대 학생이 합격한 사례가 있음을 참고할 만하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추정이다. 5월말 각 대학이 발표할 수시 모집 요강에서 해당 사항을 살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② 높아진 수능 영향력 =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등학교 교사 : 수시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신설한 대학이 늘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이 40%를 넘는 만큼 수능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2025 수시에서는 연세대 추천형, 한양대 학교장추천전형 등 학교장 추천이 필요한 교과전형에 최저 기준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모든 학교장추천전형에 최저 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추천 인원의 변화도 있다. 둘을 아울러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수능 난도, 학생들의 지원경향, 수시 재수생 유입 등의 여러 변수도 있는 만큼 단순히 지난해 결과만 봐선 곤란하다. 최저 기준을 완화한 대학의 경우 입결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024 종합전형에서 그런 경향이 확인됐다. 수능 출제 경향이 2024를 따른다면 수시에서 최저 기준이 있는 전형은 입결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에 자신감이 있다면 과감히 지원하는 것도 추천한다.

③ 탐구 필수 응시 폐지 = 장지환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사 : 2025 수시·정시에서 수능 탐구 필수 응시 조건을 없앤 대학이 많다. 쉽게 말해 수능 사탐 2과목에 응시하고도 공대에 지원할 수 있다. 사교육 시장에선 자연계열 지망생에게 수능 탐구에서 과탐한 과목을 사탐으로 전환하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현혹돼선 안 된다. 학습량 측면에선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크게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수능 사탐은 만점자가 많아 1~2개 틀렸는데 3등급을 받을 수 있는 상위권에겐 성적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시 자연계열에 과탐 필수 응시는 폐지했지만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의외로 많다(표). 현재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비중이 40%를 넘는 만큼 이들 대학에 진학을 희망하는 상위권 자연계열 학생은 과탐 필수 반영이 폐지됐어도 가산점을 고려해 수능 탐구 2과목 모두 과탐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인문계열 지망생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 사탐 가산점으로 유불리가 완화됐다지만 수학에서 우위를 점한 교차지원 수험생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다. 같은 이유로 서울 주요 대학 정시에서 인문에서 자연으로의 교차지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한 한 수시 모집에서 합격하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④대학별 전형 요소 변화 = 장지환 교사 : 2025 대입은 특정한 흐름이 있다기 보다 대학별 변화가 크다. 연세대부터 보면 교과전형인 추천형에서 면접이 폐지돼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상위권 지원자가 밀집해 면접에서 당락이 뒤집히는 사례가 상당했다. 면접이 없어짐에 따라 신설한 최저 기준이 사실상 합불을 좌우할 전망이다.

고려대도 종합전형인 학업우수전형의 면접 폐지를 주목해야 한다. 수능 이후 면접을 실시했는데 2025는 최저 기준이 있는 서류 100% 전형으로 운영한다. 수능 성적을 고려해 면접 응시를 결정할 수 없게 돼 지원자 집단의 성격과 입결이 예년과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앙대도 종합전형의 CAU융합형에서는 면접을 폐지하고 CAU탐구형에는 면접을 도입함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세부 전형 요소에 변화를 준 대학이 많고 바뀐 요소 대부분이 다른 대학 지원 시 영향을 미친다. 수험생은 수능 성적까지 고려해 일괄, 단계별 전형을 적절히 조합하는데 2025는 이 조합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학과와 의대 증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2022~2024학년에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은 기회다. 의대 증원에 따라 지역 내신 우수자들이 의학계열로 쏠리면 서울주요 대학 교과 합격선은 연쇄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무학과, 의대 모두 학생 선호 모집 단위가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선택지가 확대됐다고 볼 수있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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