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유럽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마지막 모닝콜’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다.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개념이다. 유럽연합(EU)에서 최근 발간한 ‘기후위기 평가보고서’에 나오는 말이다.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숲 파괴 등 36가지로 분류해 분석하고 있다. 과도한 석탄·석유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의 감축을 강조한다.

지난해가 기후측정 이후 가장 더운 한해로 기록되었다. 기후과학자들은 올해가 더 더울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위기의 세가지 ‘핫스팟’(hotspot)인 가뭄 폭염 홍수 등은 수많은 인명의 목숨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산불과 산사태 등을 일으켜 인간과 동식물의 터전인 숲과 나무를 파괴한다.

최근 10년 산불 횟수 갈수록 늘어

독일 지속가능한 산림개발대학교의 산림전문가인 피에르 이비쉬 교수는 “가장 따뜻한 달과 건조기간에 산불이 많이 일어난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일에 산불이 많이 일어나는 시즌은 3월부터 9월까지다. 지속적인 가뭄과 더위는 산불위험을 높인다. 고온과 거센 바람으로 산불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산불과 산사태 예방이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 사안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독일의 산불횟수는 갈수록 늘어나다가 2019년 정점을 찍고 이후 줄어들고 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KIT) 연구원들은 최근 “독일은 이제 산불국가”라고 진단했다. 독일 연방정부 임업부(BMEL)의 산불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산불이 일어난 시기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다. 2018년 독일 전국에 총 1708번의 산불이 일어나 2349헥타르(ha)의 면적을 불태웠다. 이듬해에는 산불화재 면적이 2711ha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1360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산불면적은 총 368ha로 비교적 작은 면적에서 발생했다. 2021년 총 1120건의 산불화재로 불탄 면적은 148ha로 지난 10년 기간 중 가장 적었다. 전문가들은 “독일중앙정부 산림청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과 시민들이 함께 산불예방에 적극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일에서 산불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입산자들의 실수에 의한 실화나 고의에 의한 방화다. 산불 원인의 거의 50%에 이를 정도다. 특히 관광객의 불장난 등 다양한 실화와 방화는 산불의 방아쇠 노릇을 하고 있다. 둘째, 독일은 제2차세계대전과 분단의 여파로 구동독의 군사 훈련지역 곳곳에 포탄이 널려 있다. 이것이 산불의 주범이 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포탄 폭발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셋째, 농부의 농업 활동으로 인해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산불원인도 비슷하다. 산림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총 596건으로 4992ha가 불탔다. 대형 산불 때문에 피해가 컸다. 지난 10년 평균대비 횟수로는 5%, 면적으로는 25% 증가했다. 산불원인으로 입산자 실화가 2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농부의 소각, 담뱃불실화, 건축물 화재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 홍보와 기술적 조치 병행

그럼 독일은 산불을 성공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조치들을 취하고 있을까. 독일의 산불예방 조치는 세가지다. 첫째, 홍보와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언론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은 3개 공영방송인 ARD ZDF, 그리고 지역공영방송들이 산불 시즌에 적극적인 산불예방 캠페인에 나선다. 우리로 말하면 KBS MBC EBS, 그리고 지역 KBS MBC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이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재해예방 방송 프로그램 및 홍보캠페인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들은 국민의 세금인 시청료를 받아 사용하고 있어 국민의 안전과 보호에 우선적인 책무가 있다.

나아가 지역신문들이 지자체와 손잡고 적극적인 산불예방 캠페인에 나선다. 우리식으로는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산림청 지자체가 손잡고 산불예방 캠페인에 나서는 모양새다. 산불화재 발생 시 언론의 역할, 특히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불예방 홍보 캠페인을 위해 산불 예상 지역에 다람쥐 로고의 경고·정보 표지판을 설치한다.

또한 어린이와 학생들에 대한 산불예방 교육도 열심이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경우 4월에 ‘숲 방문의 날’을 정해 초등학교 3학년 전교생이 숲을 방문해 숲의 생태계 및 산불예방 교육을 받는다. 농부의 농업 활동으로도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을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둘째, 산불예방 및 산불에 대한 기술적 조치들이다. 대표적으로 산불예방과 소화를 위한 물 확보에서 첨단장비 활용, 산불 모니터링, 그리고 잘 훈련된 산불예방 및 진화팀이 성공요인이다. 숲길인 임도개설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독일 숲길은 54ha로 우리의 3.9ha보다 약 14배나 더 개설되어 있다. 숲길은 산불진화 차량의 산불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디지털대전환 시대에 산불예방과 진화를 위해 신기술, 즉 숲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광학센서를 산불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카메라 기반 자동 산불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되어 산불면적은 크게 줄어들었다. 자동카메라 산불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화재 장소에 대한 지도와 이미지를 디지털방식으로 생성해 긴급조치 서비스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정확한 산불탐지와 신속한 경보에 기반한 조기대응이 가능해졌다.

또한 독일엔 공중 산불감시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숲인공위성 활용뿐만 아니라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 감시 비행으로 초기 단계에서 산불을 감지하고 있다. 드론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모바일 등 통신매체 활용도 중요하다. 소방대와 산림청 당국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산불을 빠르고 성공적으로 퇴치할 수 있다.

셋째, 산불예방 합동훈련이다. 독일에서는 정부 산주 산림청, 그리고 다양한 화재연관 시민단체 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서 산림청 산주 소방대 지자체 직원들이 ‘산불화재방지’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우리의 ‘민방위 훈련’과 비교할 수 있다. 실무조직은 합동 훈련뿐만 아니라 산불상황을 평가하고 운영문서를 개발해 업데이트한다. 특히 이들 기관들의 상호소통과 정보교류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오류를 피하고 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해 화재를 예방하거나 화재 영역을 줄이고 있다.

나아가 독일 산림청은 산불 방화벽을 조성해 산불이 번지지 않게 하고 있다. 특히 약 100~300m 너비 면적의 ‘산불 바’를 조성, 화재를 억제하는 너도밤나무 등을 심었다. 또한 산불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된 혼효림을 조성한다. 화재 지역에 대한 새로운 활용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독일정부는 ‘숲전략 2050’을 통해 산불화재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만큼 숲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산불에 대한 임업과 기술 조치뿐만 아니라 산주에 대한 재정적 예방조치를 강조한다. 산불보험을 말하는데 재조림 등을 위해서다.

한국도 산불방지 대책에 적극적

산불시즌을 맞아 최근 우리 산림청은 산불방지 대책과 초기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인공지능 인공위성 등 신기술 활용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적극 산불예방에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 언론의 산불예방 홍보캠페인이 중요하다. 경북 이철우 지사는 광역지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산림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산림대전환으로 숲과 나무가 중요해졌다. 기후위기 시대 숲나무의 보호와 활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