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이후 투입된 3300억 신종자본증권 전환

채권단 3000억 출자전환 … 대주주 ‘100대 1’ 감자

이달 30일쯤 금융채권자협의회 ‘기업개선계획’ 의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중인 태영건설에 1조원대의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태영건설 대주주가 약 7000억원 가량을 부담하고, 채권단이 무담보채권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6일 금융채권자협의회 운영위원회(18개 금융기관)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을 밝혔다.

산업은행, 태영건설 주요 채권단 대상 설명회 개최 16일 오후 태영건설 주요 채권단 대상 설명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관계자들이 설명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태영건설 실사를 맡은 삼일·안진회계법인은 완전 자본잠식의 해소를 위해 1조원 수준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를 위해 대주주는 대여금 등 기존 채권의 100%,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주사인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전에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은 100% 출자전환된다. 워크아웃 이후 대주주가 추가 대여해준 3300억원(태영인더스트리 등 매각대금)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으로 전환된다.

워크아웃 이후에 투입된 신규자금(뉴머니)은 출자전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처리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으로 바꿔서 자본확충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주주 부담 규모가 약 7300억원 가량인 셈이다. 현재 채권단의 무담보채권 규모는 5000억~6000억원이다. 50% 출자전환을 하면 2500억~3000억원 가량이 된다.

채권단이 이 같은 기업개선계획에 동의할 경우 태영건설은 9800억~1조300억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가능하다. 지난해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본총계는 –6356억원으로,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자본총계가 3000억원 이상이 된다. 상장폐지 요건인 자본잠식이 해소되기 때문에 향후 태영건설의 신규 수주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난해 태영건설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이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우발채무를 모두 손실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이번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태영건설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무상감자’도 단행된다. 무상감자는 기업의 자본금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대주주는 경영책임 이행을 위해 100대 1, 기타 주주는 2대 1로 차등감자를 계획하고 있다. 차등감자가 실행되면 대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00주는 1주로, 소액주주의 경우 2주가 1주로 병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0대 1 무상감자는 부실경영으로 현 사태를 야기한 데 따른 엄정한 책임 추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상감자가 이뤄진다고 해서 태영건설 대주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의 출자전환 규모가 큰 만큼 오히려 현재보다 지분율이 상승하게 된다.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 기존 대주주 지분은 41.8%(TY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0%, 윤세영 창업회장 1.0%, 윤석민 회장 부인 3.0% 등)에서 6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관계자는 “출자전환도 부실경영 책임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지만, 정상화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경영권을 회복·유지시켜주는 역할도 한다”며 “이전 워크아웃 기업들을 보면 모회사가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대주주가 지원할 자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태영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워크아웃 기간에는 대주주가 의결권 등을 채권단에 위임하는 만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대주주 지위가 유지되는 만큼 태영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속히 졸업하려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산은은 18일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전체 채권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기업개선계획을 안건으로 부의할 예정이다. 이달 30일에는 채권자들이 기업개선계획에 대한 동의 여부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가 이뤄지면 협의회는 한달 이내에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 이행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의 동의가 이뤄지면 태영건설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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