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 논술 가이드북 … 면접 해설 더해 실전 대비 가능

수시전형 중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포함하는 전형에 지원할 경우 선행학습 영향 평가보고서를 참고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가뜩이나 생소하고 낯선 입시 용어의 홍수 속에서 ‘보고서’라는 말까지 들으면 선뜻 찾아보게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문서의 대상이 수험생도 아니고 교육부에 제출하는 공교육법에 근거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분량이 많고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형식이 표준화돼 모든 대학이 거의 공통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대학별 고사의 핵심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논술이나 면접을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은 반드시 정독하기를 권한다.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살펴봤다.

매년 3월 말이 되면 대학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제히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선행학습 보고서)를 공개한다. 공교육법에 따라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들은 수험생의 선행학습 여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선행학습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각 대학이 출제한 대학별 고사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하지 않아 선행학습 없이도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선행학습 보고서에는 논술이나 면접 기출문항과 문항 해설, 출제 의도와 채점 기준, 예시 답안과 우수 답안 등 모든 내용이 담겨 있고 해당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가 됐다. 이와 함께 사교육 도움 없이 논술이나 면접을 대비할 수 있도록 절차와 내용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모의 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보여줘야 한다. 수험생을 위한 안내 동영상과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효종 서울 서문여고 교사는 “선행학습 보고서는 논술이나 면접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 많아 필수로 챙겨 보고 잘 활용하는 자료”라며 “논술 특강이나 면접 지도를 할 때 자료로도 매우 유용해 학생들에게도 논술이나 면접이 있는 전형을 고려하면 우선적으로 찾아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선행학습 보고서를 채택한 지 10년째로 접어들면서 보고서 형식이 점차 표준화돼 봐야 할 부분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표).

개요의 ‘선행학습 영향 평가 실시 대상 및 결과’를 보면 세부 전형별 영향 평가 대상이 되는 전형과 모집단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공교육법에 따르면 논술 등 필답 고사, 면접·구술 고사, 실기·실험 고사 및 교직 적성·인성 검사 등 대학별 고사가 그 대상이다. 내용이 많은 ‘대학별 고사 준비 및 시행 과정’을 읽어보면 시험 준비와 진행 과정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고 의외의 정보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

보고서 작성 시기는 이듬해 3월로 입학 전형이 실시된 후 최종 결과를 보고하는 시점이다. 수시 모집 요강에서의 당초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됐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예컨대 ‘문항 분석 결과 요약’을 통해 모집 요강에서 밝힌 출제 범위 중 실제 문항에 반영된 과목은 무엇인지 확인해볼 수 있고 몇년 치를 모아 보면 빈출이나 누락 범위를 파악할 수도 있다. 올해 새로 적용되는 변화 사항이 궁금하면 ‘차년도 입학 전형 반영 계획’을 살펴보면 된다.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록’에 실린 문항 카드다. 실제 기출문제에 해당하며 문항별로 출제 범위, 소요 시간, 출제 의도, 출제 근거, 자료 출처, 문항 해설, 채점 기준과 예시 답안까지 담고 있다. 대학에 따라 일부 내용이 생략되기도 하고 합격자 우수답안을 포함하기도 한다. 해당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그야말로 '특급 기출문제집’이다.

◆문항 유형, 출제 범위, 문제 수준 등 지원 대학 결정에 필요한 정보 파악 = 선행학습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용도로 지원 여부와 지원 대학 결정에 필요한 사전 정보 파악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부 교과 성적을 반영하나 논술 점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논술전형은 물론 제시문 면접을 시행하는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위주 전형을 지원할 때는 문항에 대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모집 단위를 포함해 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수년째 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 여러 대학의 문항 카드 몇년 치를 모아 문항 유형이나 문제 수준, 빈출 교과와 출제범위 등을 비교해볼 수 있다. 특히 출제 근거에는 교과서 발췌 부분과 외부 지문 모두 정확한 출처가 명시돼 어느 수준의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선행학습 보고서의 장점이라면 대학이 출제하는 모든 대학별 고사의 문항 정보가 총망라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전형의 기출문항을 함께 활용해볼 수도 있다.

김명엽 서울 혜원여고 교사는 “같은 해 다른 전형의 면접 문항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며 “예를 들어 연세대 활동우수형 지원자라면 추천형이나 국제형 면접 문항까지 두루 활용해 연습해볼 수 있고 고려대 계열적합전형 지원자라면 학업우수전형 면접 문항까지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유사한 사례로 신설 전형으로 제시문 면접을 시행한 2024학년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은 기출문항이 없었다. 이때 같은 대학의 자연계열 논술문항을 일부 변형해 면접 연습을 해볼 수도 있다.

◆논술 가이드북과 병행 활용이 효과적 = 논술전형을 시행하는 대학들은 선행학습 보고서와 별도로 기출문항만 연습용 문제지 형태로 공개하기도 한다. 답안지 양식, 채점 기준과 함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6월경에는 모의논술을 진행하기도 하고 이때 논술 가이드북과 안내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한다.

논술 가이드북은 수험생을 위한 논술 안내 책자라 보기에 좋고 수월하게 읽힌다. 전년도 논술전형에 대한 결과 분석과 합격 수기, 논술 대비법과 답안 작성 요령 등 알짜 정보와 함께 당해 연도 모의논술 문항 해설까지 들어 있다.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조합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2023학년 중앙대 선행학습 보고서에 따르면 논술전형 인문계열 경영경제 논술에 해당하는 문항은 문항 카드 4, 5, 6번으로 4, 5번은 언어 논술이고 6번은 수리 논술이었다. 세 문항의 배점은 각각 40점, 40점, 20점으로 총점 100점을 이룬다. 원서접수 결과 89명 모집에 5110명이 지원해 57.42:1의 최초 경쟁률을 나타냈으나 응시율과 최저 기준 통과율을 적용한 실질 경쟁률은 13.04:1로 낮아졌다. 지원자 평균은 73.91점이지만 합격자 평균은 84.50점으로 높은 편이다(표 3). 세 문항을 120분안에 풀어보고 문항 해설과 채점 기준을 토대로 스스로 채점해보면 본인의 합격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 중앙대의 채점 기준은 부분 점수를 포함해 핵심 키워드에 점수를 부여하는 기준이 명확해 유용하다. 예시 답안이나 모범 답안과 비교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이 교사는 “논술 기출문항은 한 번 풀어보고 예시 답안과 비교해 수정한 후 다시 반복해서 풀다 보면 서술 방식과 문제 풀이 방식이 스스로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긴다. 반드시 같은 기출문항을 두 번 이상 풀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최상위권 영향력 적잖은 제시문 면접 = 대부분의 대학은 선행학습 보고서에 제시문 기반 면접 정보만 담는다. 제시문 면접은 교과 지식과 관련한 복수의 제시문을 미리 읽고 푼 뒤 면접장에 들어가 관련 문항에 대한 답을 구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2025학년 기준 서울대 일반전형, 고려대 계열적합형, 연세대 활동우수형과 의대, 일부 교대에서 시행한다. 고려대 학업우수형(종합)과 연세대 추천형(교과)은 이번에 면접을 폐지했다. 시행 대학의 특성상 최상위권 지원자들이 몰려 서류 평가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30~50%가 반영되는 2단계 면접에서 합격자가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올해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모두 종합전형에서 제시문 면접을 시행한다”며 “교과 개념이 탄탄하고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으며 추천형 전형에서 합격의 경계에 있다면 전략적으로 제시문 면접 전형에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제시문 면접 역시 기출문제가 중요하다. 선행학습 보고서에는 출제 범위와 핵심 개념, 면접 형식, 지문 해설 및 채점 기준, 모법 답안 등이 포함된 문항 카드가 담긴다. 대학이 제공하는 기출문항 별책이나 면접 대비법 영상도 참고할 만하다. 강원도·부산시·충남도 등 일부 시·도교육청의 서울대 제시문 면접 기출문항 해설집이나 모의면접 문항 자료집, 온오프라인 면접 캠프 등도 활용하길 추천한다.

박진근 충남도교육청 진로융합교육원 교육연구사는 “전공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제시문 면접을 보는 대학을 염두에 둔 자연계열 수험생은 최소한 ‘물리학Ⅰ’ ‘화학Ⅰ’ ‘지구과학Ⅰ’의 내용을 숙지하고 서울대를 겨냥한다면 ‘기하’ ‘확률과 통계’와 과탐Ⅱ까지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진 교사는 “최소 최근 3년 치의 문항 카드를 살펴 대학의 특성을 확인한 후 그 방향에 맞게 답변을 구성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윤소영 리포터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