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2년물 5%↑· 강달러 지속

최상목·이창용, 외환시장 개입 시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했다. 파월이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을 강화하면서 국채금리는 치솟고, 증시는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 중 한때 5.01%를 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정책 포럼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고, 최근 경제데이터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준다”며 “2% 물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석달간 물가 지표마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파월 의장도 매파적으로 기존 정책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또한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연설에서 “예상하는 수준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이 금리인하를 미루는 쪽으로 기울자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 2년물 국채금리는 5.01%를 넘고, 10년물 국채금리도 4.69%까지 올라갔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달러인덱스는 106.36으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원달러환율이 역사상 네 번째로 장중 1400원을 터치하는 상황에 이르자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최근 급변동하는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WB)에서 일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면담을 갖고 최근 원화와 엔화 가치가 급변동하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적절한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일 경제정책 책임자가 공동으로 외환시장 안정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자국 통화인 원화와 엔화 가치 급락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엔화도 달러당 155엔 수준에 육박했다. 달러 대비 엔화는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시장개입 가능성을 적극 시사했다. 이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CN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은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백만호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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