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등록 기간 석 달 후에야 선거구 획정하던 불법 관행 단절

20대 42일, 21대 38일, 22대 41일전 확정 … “유권자 선거권 침해”

김진표 의장, 법안 제출 … “독립위원회에서 확정, 국회 수정 불가”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에서 규정한 대로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한 적이 없다. 올해도 선거를 치르기 41일전, 예비후보 등록을 석 달 가까이 지난 다음에야 선거구가 확정됐다. 늑장 선거구 획정 관행의 피해는 유권자와 도전자들에게 돌아갔다. 수혜자는 기존 국회의원들이다. 그래서 선거구획정 만큼은 국회의원들의 손에서 최대한 떨어뜨리는 독립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현재의 선거구획정위가 여야 추천 인사로 구성됐지만 국회에서 선거구획정 기준(선거제)을 제시하지 않는데다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으면서 선거구획정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선거 6개월 전에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기존 선거구로 선거를 치른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힘을 받는 이유다.

한미의회교류센터 현판식 미국을 방문한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 등 여야 대표단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의회교류센터 개소식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1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이 총선 12개월 전에 선거제를 제출하고 6개월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국회의원 선거제도 제안 위원회’가 선거제도 개선안을 선거일 12개월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가 선거일 9개월 전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하고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2015년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총선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고쳤지만 20대과 21대 총선에서는 각각 선거일 42일과 38일 전에 지역 선거구를 확정하는 등 매번 법을 지키지 않았다.

김 의장은 선거구획정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유권자의 선거권과 도전자들의 피선거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는 ‘획정 강제조항’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구 획정 지연과 관련해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은 국회의 입법부작위로 인해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선거운동 자유 등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의무 지체를 지적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은 소수의견으로 “선거일 40여일 전까지도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 등의 선거운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선거권자의 선거정보 취득을 어렵게 하는 등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개정안은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원선거제도제안위원회’를 국회 외부에 설치하는 게 시작점이다. 제안위가 ‘지역구・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제도’를 결정해 국회에 제시하면 국회는 수정을 요구하지 못하고 곧바로 수용해야 한다. 이는 뉴질랜드, 영국, 노르웨이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김 의장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을 만드는 현 제도에서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결정이 어려워지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에게 선거제도 개편의 내용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치개혁특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들에게 이미 전달해 심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선거구획정 문제는 항상 제기되고 있어 22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제도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또 상시적 개헌논의와 국민 참여를 통한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개헌절차법’ 제정안과 법제위원회 신설을 통해 체계자구 심사 제도를 개선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개헌절차법 제정안은 국민참여회의 공론조사 결과와 자문위원회의 전문가 자문결과를 참고해 국회헌법특별위원회에서 ‘헌법개정기초안’을 작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치현안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체계자구심사를 가능케 하는 법제위 신설을 제안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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