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3년만의 극적 변화 … 저항세력은 단결, 군부세력은 국제 고립 양상

지난 3월 11일 미얀마 카인주 미야와디 마을 남부에서 저항군인 카렌민족해방군과 국민방위군 대원들이 미얀마군 초소를 점령한 후 체포된 군인 2명을 조사하고 있다. 미얀마 젊은이들이 대거 반군에 가담하고 저항군이 단결하면서 미얀마 정부군(쿠데타군)이 각종 전투에서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는 동남아에서도 특이한 나라다. 동남아의 마지막 숨은 보석이다. 원석을 보석으로 한참 세공하던 와중에 2021년 2월 쿠데타가 발생했다. 1948년 독립 이래 군부가 ‘국가 내 국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나라다. 미얀마는 다 종족 국가이다. 버마족 카렌족 카친족 몬족 샨족 친족 라카인족 등 135개 종족으로 구성된 나라로 종족 간 그리고 종족과 중앙정부 간 평화와 화합이 필수적인 나라다. 지정학적으로 미얀마는 아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중국 인도 태국과 각각 수천km씩 국경을 공유하고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이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는 미얀마인들의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시민불복종 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지금 미얀마는 역사적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범 민주 저항세력이 승리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의 손길이 절실하다.

◆최근 수개월 사이 급변한 저항세력 상황 = “미얀마 군정의 연이은 패배는 기회를 제시 한다. 외부 강대국들은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21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제목이다. 미얀마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불법적으로 권력을 탈취하고 민주 헌정 질서를 유린하면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지 3년이 지났다. 쿠데타 발생 전 10여년간 자유민주적 가치를 피부로 체감하고 정치적 선택의 소중함을 맛 본 민주주의 사수 세력은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인명 살상에 분연히 맞서 왔다. 쿠데타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군부와 저항 세력 간의 격렬한 대치는 내전의 소용돌이로 깊숙히 빠져들었으며 이러한 와중에 최근 들어서 내전 상황이 저항 세력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어 미얀마 범 민주 세력의 승리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의 군사정부 반대편은 다양하고 다변화 되어 있다. 다수의 관측통들은 그러한 저항세력 그룹이 군부의 진정한 도전 세력으로 등장하기에는 너무 분열되고 취약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최근 수개월 사이 급변했다.

미얀마는 남쪽으로 태국과 약 2000km 국경을 접하고 있고, 또 라오스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사진 그린 블로그 제공

◆저항세력 분란극복, 일사불란 대오 형성 = 반군들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샨주 북부에서 뿐만 아니라 동남부 태국 국경 지대와 가까운 카인주 및 카야주에서 승리를 이룬데 이어 인도 국경으로 연결되는 서부 친주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방글라데시로 이어지는 서부 라카인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얀마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수도 네피도, 경제 수도 양곤, 그리고 과거 왕조 시대 수도 만달레이를 제외한 전국에서 저항세력의 기세가 비등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미얀마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프라임 타임 국제 뉴스 시장을 독차지 하면서 미얀마 저항 세력의 눈부신 전공을 가리고 있다. 이들 저항 세력이 연이어 주요 도시를 탈환하는 승리를 거두자 군부는 휘청거리며 수세에 몰려 통제력을 상실하는 양상이다.

이번처럼 이질적 반군 세력 간 대정부 군사작전 전술 조정 능력과 저항세력의 복원력, 전술적 혁신 및 전략적 획득은 전례가 없으며 이질적인 반군그룹 간의 조율은 미얀마가 연방주의 골격을 갖춘 종족 간 통합의 모델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고취시켰다. 저항 세력의 일사불란한 대오 형성은 전례가 없다. 군사 정권과 싸워온 종족 세력과 민주 세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결되어 있다. 외부 세계의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이들은 군 장성 없이 미래의 기초를 놓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 새정부, 미얀마 군부와 거리두기 = 미얀마 군정의 곤경은 작년 10월 하반기 이후 현저히 증가했다. 당시 종족적으로 다양한 국경지대의 3대 형제단동맹(아라칸군, 미얀마국민민주주의동맹군, 타앙국민해방군)으로 불리는 각 종족군 연합병력이 ‘1027 작전’을 주도했다. 작전명은 작전 개시 날짜를 따서 명명됐다. ‘1027 작전’이 군정의 딜레마를 가중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1027 작전’은 다른 저항 세력들을 고무시켰다. 미얀마 군의 사기는 저하되어 있으며 지난 2월 군부가 젊은 남녀의 징집을 발표하자마자 태국 대사관 앞에 긴 행렬이 형성됐다. 외국으로 탈출하지 않으려는 미얀마 젊은 층의 다수는 망명중인 ‘국민통합정부(NUG)’에 충성하는 ‘국민방위군(PDF)에 합류했다.

군사 정권의 굴욕은 다양한 반대세력 간의 점증하는 타협으로 더 심화되었다. 지난 1월 국민통합정부와 3대 형제단동맹은 군정을 종식시키고 연방제 방식의 민주적 미래를 촉진하기 위한 목표 공유를 선언하였다. 중국은 3대 형제단동맹을 지원했으며, 중국을 제외하고 최근의 사태 발전에 대한 역외국의 무관심은 우려스럽다.

미국의 관심은 분산되어 있으며 인도는 대화를 요구했으나 거의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가 준수하는 척조차 하지 않는 5개항 합의사항에 집착한다. 아세안과 서방 세계는 저항 세력 간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군정 이후 미얀마가 어떻게 통치될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방향으로 저항세력을 밀쳐야 한다. 아세안과 서방세계는 원조도 늘려야 한다. 이웃 태국의 갓 출범한 민선 정부가 미얀마 군사 정부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이 달 일본은 3700만달러를 추가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아세안과 서방 및 인도마저 본받아야 할 좋은 출발이다.

◆쿠데타군 탈영해 저항군에 가담하기도 = 쿠데타와 연이은 내전 후 3년이 지난 지금 국가평의회 주도하의 군사정부가 통제력을 잃고 있음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노련하고 전투에 단련된 미얀마군이 전쟁에서 국민방위군 소속 무장 청년과 종족무장조직(EAO) 지휘하의 종족군 연합 세력에게 패할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할 수 있었던 분석가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장의 균형은 쿠데타 1년 후 국가평의회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저항세력은 그들의 집단적 대의명분을 군사독재를 제거하고 나라를 새로 만들기 위한 혁명에서 찾는다. 미얀마의 이웃국가들과 더 광범위한 아세안 이웃국가들의 당면 과제는 미얀마를 어떻게 다룰 것인 지를 배우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종족 민병대들은 다수파 바마르 그룹이 주도하는 버마 정부와 싸워왔다. 그러나 2021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심장부 출신 바마르 다수파 사람들도 여러 종족 민병대에 합류하거나 그들 자신의 무장 저항조직을 출범시켰다. 이 종족 민병대와 무장조직이 현재 진행 중인 공세의 최선두에 서있다.

2021년 쿠데타는 미얀마를 군부로부터 해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무력으로 군사정부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저항세력 내 보기 드문 전원합의를 탄생시켰다. 미얀마의 내전이 확대되어 가자 군 병사들은 지휘관들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집단으로 탈영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군부의 붕괴가 임박한 것은 아니더라도 쿠데타는 미얀마의 정치, 군사, 경제력을 심대하게 약화시켰다. 미얀마군의 탈영을 조장하기 위해 ’국민통합정부‘는 탈영병들이 민간인 생활로 전환하는 것을 도와주는 캠프들을 건설하였다. 현 순간이 거의 틀림없이 미얀마의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미묘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태국-미얀마 국경에 9개난민촌 운영 = 태국과 미얀마는 2천km 이상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태국-미얀마 국경을 따라 태국 쪽에 9개 미얀마 난민촌이 설립되어 30년 이상 운영 중이다. 9개 난민촌을 통틀어 7만7000명의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미얀마 피난민들과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이 여기서 거주하고 있다. 이들 난민촌은 매홍선성 등 태국의 4개성에 걸쳐 있다.

2004년 시작된 난민 제3국 재정착 프로그램에 따라 총 12만8786명이 성공적으로 15국에 재정착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종료된 상태이나 상황이 호전되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태-미얀마 국경 지대 태국 쪽 매솟타운에 위치한 '영어몰입기숙학교(Minmahaw School)'에는 17~23세의 미얀마 출신 다양한 종족의 불우한 학생들이 입학해 교육을 받으면서 밝은 앞날을 기약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 세계 자원 봉사자들이 가르치는 영어교육과정을 개설 중이다.이에 더해 매학년 국경지대 난민 캠프 출신 수백 명의 미얀마 학생들이 비정부기구 및 다양한 교육재단에 의해 설립된 고등교육센터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다. 이런 비공식 학교들은 대학 진학 준비를 하는 젊은 학생들에게는 바로 구세주나 다름없다.

이들 난민촌 생활 미얀마 청소년들과 미성년 학생들은 미얀마의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들의 숨은 재능이 햇볕을 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이들의 꿈과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