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때 한 달 만에 553개 통과

낙선 의원들, 입법 성과 '마지막 기회'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수 백개의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은 시간동안 입법성과를 내기 위한 여야 의원들간 ‘담합’과 함께 부실심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오전(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학교 엘리엇국제관계대학 강연장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역동적인 한미동맹'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제출된 법안은 2만5806건이고 이중 통과된 법안은 36.6%인 9452건이다. 1만6000건 이상이 계류돼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남은 임기동안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4.10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142명이다.

절반이 넘는 158명에겐 5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입법 기회인 셈이다. 당선된 의원 역시 오랜 기간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을 의식해 강한 입법 의지를 보였다.

일찌감치 재선 의사를 접은 모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끝까지 핵심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모 의원은 “남은 임기동안에 발의해 놓은 주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법안 이름을 열거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3대 국회부터 16대 국회까지는 총선 이후 남은 한 달 여 동안 법안 통과를 위한 임시국회를 열지 않았다. 17대 국회부터 총선 이후 ‘마지막 임시국회’가 무더기 법안 통과의 시작점이었다. 당시 모두 75개의 법안이 처리됐고 그 중 74개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땐 185개와 330개의 법안이 한 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섰다. 지난 20대엔 565개의 법안이 처리됐는데 이중 553개가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12개는 폐기됐다. 의원 발의 법안이 414개, 위원장 대안이 99개, 정부 발의안이 40개였다.

17대 땐 전체 통과법안 중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게 2.0%에 지나지 않았지만 20대땐 6.3%로 뛰어 올랐다. 막판에 통과시키는 법안의 양도 늘어났지만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얘기다.

무더기 법안 통과는 ‘부실 심사’의 결과로 읽힐 수 있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계류된 법안일수록 쟁점이 많거나 부실한 입법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거대양당 의원들이 일종의 품앗이처럼 서로의 법안 통과를 용인하거나 심사 기준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