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소멸하고 있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의 시대적 화두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었다. 그동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하나같이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며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러한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결코 선진대국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궁극적 목표는 지방도 잘 사는 것

국가균형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방도 잘 살자는 것이다. 지방이 살려면 첨단산업 재배치가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하늘길과 철길을 여는 것이다. 대구시장 취임 이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TK신공항 건설이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98.6%를 인천공항이 독점한다. 첨단산업이 수도권 이남으로 내려올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기형적 물류수송 체계를 바로잡고자 TK신공항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TK신공항은 항공물류 여객의 최소 30% 이상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호남과 충청까지 포함해 1500만명이 1시간대에 세계 어디든 나갈 수 있는 글로벌 첨단물류여객 복합허브로 기능할 것이다. 아울러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든든한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TK신공항을 중심으로 신공항 배후의 글로벌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수도권에 못지않은 교육 문화 그리고 의료시설을 갖춤으로써 기업과 인재가 내려올 수 있는 비수도권 거대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시정역량을 총 결집해 대구시 전체를 대개조하고 있다.

대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 및 교통망 구축, 각종 연관산업육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산유발 66조2160억원, 부가가치 32조1908억원, 신규고용 63만2238명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남부 거대 경제권을 위한 또 하나의 축은 달빛철도의 건설이다. 최초의 비수도권 도시 간 동서횡단철도인 달빛철도는 영호남 30년 숙원이었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26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여야 협치의 상징적인 법안으로, 올해 1월 마침내 통과됐다.

총 길이 198.8km의 달빛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고 호남의 여객과 물류를 TK신공항으로 유치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달빛철도가 7조3000억원의 생산유발과 2조3000억원의 부가가치, 3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 대구와 광주 등 영호남 10개 지자체가 뜻을 모아 영호남 상생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남부거대경제권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달빛철도 중심의 달빛첨단산업단지와 국가 AI·디지털 혁신지구를 통해 영호남 신산업벨트가 조성되면 남부 거대경제권의 단단한 지지 기반이 마련되고 영호남 지역의 낙후된 내륙 오지가 크게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길과 철길을 열어 대구 미래 100년을 이끌어 나갈 기본틀은 완성되었다. 이제 그 틀을 차질 없이 채워나가야 할 때다. 그 과정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지방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각 분야의 갈등을 청산하고 선진대국시대로 나아가는 데 대구가 중심이 될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