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PCE 물가 앞두고 통화정책 불확실성 지속 … 빅테크 등 주요 대기업 실적따라 변동성 확대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사태 확산 여부와 지난 금요일 미국 인공지능(AI)주 급락 여진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진 가운데 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와 테슬라, 메타, MS, 알파벳 등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실적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AI주들의 이익 성장 불확실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1분기 실적시즌 의존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란의 ‘전략적 인내’ 언제까지 갈까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피습 6일 만에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했지만 이란은 피해 정도를 축소 평가하고 이스라엘은 함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란이 추가 반격을 자제하는 입장이나 이란 국내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해 재차 공격을 재개할 위험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란 무장세력의 움직임도 커질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진입 작전 등 본격적인 군사작전과 함께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중동 불안이 이어질 수 있음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전략적 인내’로 중동 위기는 다소 안정화됐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지속 중이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AI 업종 성장 불안감 확대 = 지난 19일 글로벌 증시 급락은 전세계 증시를 견인해왔던 대장 업종인 AI 업종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AI 주도주 중 하나인 슈퍼마이크로가 이전과 달리 잠정 실적을 미리 발표하지 않았으며 향후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는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의 실적 가이던스 실망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AI 산업의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확대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주요 ‘매그니피센트7(M7)’ 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23일에는 테슬라, 24일 IBM, 메타, 25일 MS, 알파벳 등 미국 빅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되어있다. 한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역시 엔비디아발 AI 쇼크로 해당 산업 성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산업 내 경쟁 및 수요를 둘러싼 이들의 가이던스 변화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이어질까 주목 = 25일 발표되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연율기준 3.4%로 예상(2.0%)을 큰 폭 상회한 가운데 이번 어느 정도 둔화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에서는 2.1~2.3%를 예상하나 아틀란타 연은 추정치는 2.9%로 보고 있어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26일에는 미국의 3월 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3월 근원 PCE 지수가 지난 1~2월 2.8%에서 2.6%로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간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0.3% 수준을 추정했다. 헤드라인지수는 지난 1월 2.4%에서 2월 2.5%로 반등한 후 이번에도 2.6% 내외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 전월대비로는 2월 0.3%와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런 예측이 정확하다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재확인되면서 고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롬 파월 미 의장 등 연방준비제도의 주요 인사들도 금리인하 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까지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위원들의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이다.

◆일본·중국 등 주변국 통화정책도 관심 = 오는 25~26일에는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현재 동결전망이 우세하지만 지난주 우에다 총재가 엔화약세, 물가 상승시 대응을 시사해 금리(0~0.1%) 추가인상 기대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대출우대금리(LPR) 결정한다. 양호한 1분기 성장률, 전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동결 감안시 1년(3.45%)과 5년(3.95%) 만기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24일 인도네시아(정책금리 6.0%), 25일 튀르키예(50.0%), 26일 러시아(16.0%) 등 주변국들의 통화정책회의도 잇따른다. 최근 4년래 통화약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3월 깜짝 인상을 재개했던 튀르키예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환시장 불안 추세 지속 = 글로벌 외환시장 불안 추세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 재무장관들의 공동 구두개입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미 연준 금리인하 전망 후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불안이 이어지는데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불확실성에 따른 빅테크 주가 조정 역시 또 다른 안전자산 선호심리 자극 요인”이라며 “불확실성 리스크가 완화되기 이전까지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실적발표 주목 =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방향성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그동안 역사적 상단에 도달해 있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밸류에이션 부담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수요 확장성으로 상쇄시켜왔지만 최근 단기적으로 AI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며 “실적 발표 전후로 주가 및 수급 변동성 확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기아차의 실적도 또 다른 증시의 중요 이벤트다. 한 연구원은 “고환율 효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연속성 등은 훼손되지 않은 만큼 이번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주가 방향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에서 22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3.86포인트(0.92%) 오른 2615.72로 출발해 오전 9시 27분 현재 전일대비 26.42포인트(1.02%) 오른 2618.28에서 상승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9.467포인트(1.12%) 상승한 851.37에서 거래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 전거래일보다 6.2원 떨어진 1376.0원에 장을 출발해 오전 9시 30분 현재 1378.70원으로 소폭 상승 중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