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층은 바로 히스패닉, 라틴계 미국인들이다. 퓨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했지만, 라틴계 유권자의 과반(59%)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의 라틴계 지지율은 50% 미만, 때로는 40%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민주당원들에 대한 라틴계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민주당은 하원의원 투표에서도 근소한 우위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계와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인구 5명 중 1명에 해당한다. 게다가 미국 히스패닉 인구는 2010년 5050만명에서 2022년 6360만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 16%, 1970년에는 5%에 불과했던 히스패닉계는 2022년에는 19%를 차지했다. 히스패닉계는 지난 10년간 미국 인구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 인구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2450만명 증가했는데, 히스패닉계는 이 증가의 53%를 담당, 다른 어떤 인종이나 민족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은 특히 가장 비중이 큰 소수인종 유권자 그룹이다. 미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수는 2020년 3230만명에서 2024년 11월 362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430만명 정도였던 2000년 이후 무려 153% 증가한 수치다. 약 30초마다 한명의 라틴계 미국인이 유권자 자격을 얻게 되어 미국 유권자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집단이 됐다.

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우위 점차 약해져

대부분의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최근 수년간 대통령선거와 중간선거에서 꾸준히 민주당 후보에 투표해왔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일반적으로 민주당에 대해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히스패닉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은 민주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히스패닉 인구가 많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2020년에는 히스패닉계가 유권자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9개 주 중 7개 주가 바이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 결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증가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애리조나를 민주당의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 미 대선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히스패닉계에서 민주당의 우위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캘리포니아는 히스패닉 투표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2016년과 비교한 2020년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0.9%p 감소했다. 물론 바이든은 이 지역에서 여전히 승리할 수 있었지만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증가하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라는 공식은 이제 견고하지 않다.

게다가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정책과 이민자에 대한 거친 언변을 둘러싼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2016년보다 2020년에 더 많은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를 얻었다. 그리고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히스패닉계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모든 주요 주에서 트럼프를 향한 히스패닉계의 지지 상승세는 뚜렷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전과 비교해 2020년에는 보수적인 성향의 라틴계가 공화당에 투표한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쿠바계 미국인과 중남미 이민자가 많은 남부 플로리다,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농촌 및 소도시 멕시코계 미국인이 많은 남부 텍사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트럼프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는 이 두개 주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과반수 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승리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했다.

텍사스는 2020년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가장 급격한 공화당 지지율 상승을 보인 대표적인 지역이다. 텍사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50개 주 중에서 히스패닉 투표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선거 결과도 2016년보다 3.4%p 민주당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거주자들의 94% 이상이 히스패닉계인 사파타(Zapata) 지역에서 트럼프는 2016년의 결과를 약 20%p 앞질렀다. 히스패닉계가 96%인 스타(Starr)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큰 상승세를 보였는데, 그는 2016년보다 무려 28%p 상승한 41.7%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많은 백인 공화당 지지자들과 종교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신자 비율이 높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성 소수자(LGBTQ) 사회에 대한 민주당의 다양성 정책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히스패닉계와 공화당원들의 종교적 유대감은 민족 또는 인종 정체성에 기반을 둔 정치를 만들려는 어떤 노력보다 문화적 정치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낙태·총기·이민자 이슈에선 비공화당

그러나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선택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 정치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세가지 이슈를 살펴보자. 먼저 공공종교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미국인의 2/3는 모든 또는 대부분 상황에서 낙태가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대다수는 헌법상 낙태 권리를 뒤집는 최근 대법원 판결,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 낙태를 위해 주 경계를 넘어 여행하는 여성들을 금지하고 우편을 통해 낙태약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히스패닉계 유권자 대다수는 민주당과 일치하는 견해를 밝혔으며 공화당원들의 견해와 충돌했다. 퓨리서치센터의 2021년 조사에서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약 2/3가 총기 관련 법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을 모두 금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이민자를 둘러싼 이슈에서도 라틴계 유권자와 공화당원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라틴계 유권자들은 다른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국경개방이나 제한 없는 불법 이민에 대한 급진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PRRI 여론조사에서는 라틴계 미국인의 2/3 이상이 국경장벽을 건설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에 반대했다. 또 대다수의 라틴계 미국인은 미국에 거주하는 서류 미비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거의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추구하는 바와 전혀 다르다.

대히스패닉 정책이 승부 가를 가능성

대통령선거가 6개월이 조금 더 남은 지금, 경선에서 일찍이 승리를 거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에 비해 아직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군사행동에도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망한 젊은 유권자층의 민주당 이탈,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등의 정책으로 인한 노년층의 민주당을 향한 지지 증가는 불과 몇개월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변화는 이미 2020년부터 눈에 띄었다. 올해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확실히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민주당이 지금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히스패닉계의 관심을 받는 정책을 적극 이야기할 수 있는 정당이 11월에 접어들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초접전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큰 이번 대선에서 각 선거 진영에게 남은 6개월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기 어떤 방향, 어떤 정책으로 그들의 표를 얻어가고 있는지, 얻어갈 것인지, 또 어떤 선거 결과로 결국 나타나는지 추적해 보는 것도 이번 미국 대선을 보는 큰 재미가 될 것이다.

김찬송 위스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