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원, 10년 만에 신국9조 발표 … 대상기업 국유 → 민영으로 확대

상장기업 감독관리·주주환원 강화 … 엇갈린 경제지표 불확실성 여전

국내 주식시장에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난 가운데 중국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10년 만에 발표됐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국9조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았고, 대상 기업을 국유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확대했다.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국 본토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우 가계소비를 비롯한 내수 경기 부진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중장기적인 반등세를 이끌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조항 강화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12일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가이드라인- 신국9조’를 발표했다. 이는 국무원이 발표한 자본시장 관련 9개 조항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IPO·상장 기업·상장 폐지·증권 및 운용사 관련 감독관리, 중장기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이다.

이번 ‘국9조’ 발표는 자본시장 발전에 수년간 노출된 문제점과 잠재적 리스크, 특히 2023년 8월 이후 주식시장 급변동에서 드러난 제도적 메커니즘, 감독관리 및 법 집행 등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배당에 대한 스탠스가 ‘장려’에서 ‘강제’로 바뀐 것과 상장 폐지 조건 강화, IPO 조건 강화 등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배당과 관련해 메인보드의 경우, 최근 3년 누적 현금배당 총액이 평균 순이익의 30% 미만이고 누적 배당금액이 5000만위안 미만인 회사에 대하여 ‘ST’주(Special Treatment, 특별관리대상 종목)로 분류할 방침이다. ST종목으로 분류되면 가격 변동폭이 상하 5% 이내로 제한되며 상반기 회계감사를 반드시 받아야하다.

상장 폐지 조건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1년 분식회계 금액이 2억위안 이상이며 그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즉시 상장 폐지된다. 또 기업의 2년 연속 분식회계 금액이 3억위안 이상이며 그 비율이 20% 이상일 경우에도 즉시 상장 폐지된다. 또 메인보드 기업의 상장 폐지 시 시가총액 미달 조건을 3억위안에서 5억위안으로 상향조정했다.

IPO 조건도 강화해 메인보드 기업의 최근 1년 순이익 기준을 6000만위안 이상에서 1조위안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창업판 기업의 최근 1년 순이익 기준을 5000만위안 이상에서 6000만위안 이상으로 올렸다. 우회상장은 신규 IPO와 동일하게 간주할 방침이다.

◆주식시장 활성화 도모 = 중국 국무원은 현재까지 국9조를 총 세 차례 (2008년 12월, 2013년 12월, 2024년 4월) 발표했다. 1차 국9조는 주식, 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발표됐고, 2차 국9조는 후강통 시행 이전 중국 개인투자자 보호 및 교육 강화 목적이 중심이었다.

올해 발표한 신국9조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국9조 정책의 큰 변화는 밸류업 대상을 국유기업 → 민영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이번 국9조에선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대한 조항이 강화됐다. 다년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거나 적은 기업에 관리종목 지정을 비롯한 페널티를 부여하는 식으로 구속력을 부여했다. 일종의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중기적으로 밸류업에 해당되는 산업 및 종목군의 선호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페널티 기준은 4월말 정치국회의 이후 5월 중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국9조 정책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일본거래소 개혁의 일환으로 나온 밸류업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배당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국9조 - 제2조에 상장심사 기준과 함께 1년 1회 이상 배당, 춘절 직전 배당 독려 등 배당 권고 기준이 상세히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낮은 배당성향을 고려하면 페널티에 따라 상승 여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주요 선진증시 대비 중국의 주주환원율은 매우 낮으며, 이번 정책에는 배당 기준 미달 기업은 대주주의 주식매각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중국증시의 자본시장 성숙도 제고로 고질적인 문제점인 높은 변동성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 = 지난 두 차례 국9조 발표는 중장기적인 증시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 비해 경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4년과 2014년 ‘국9조’ 발표 이후 중장기 증시 상승이 있었지만 2004년에는 공모펀드가 급증하며 융자 지원도 확대됐고, 2014년 주식시장의 개방 확대(후강통, 선강통 등)가 점진적으로 진행됐다”며 “올해는 기업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를 유도하면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대비 경제 구조적 문제로 인해 불확실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 또한 “최근 엇갈린 중국 경제 지표로 펀더멘탈에 대한 시장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중국 주식시장의 유의미한 상승 전환을 위해서는 가격(P) 회복에 따른 펀더멘탈 개선이 선제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시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실질 GDP가 명목 GDP를 초과했다”며 “명목 GDP는 개인 소득, 기업 이익, 정부 세금 수익 등 일상과 더 밀접히 연관돼 있는 만큼 국민의 체감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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