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친윤’에서 ‘협치 구원투수’ 변신 기로

여 “소통” 야 “명예훼손 실형 받은 사람을”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용산 출근길이 한동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총선 참패 후 대통령실 소통의 키를 잡게 됐지만 윤 대통령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쌓인 야당의 반감이 크다. 정 실장 본인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야권의 공세에 약한 고리로 계속 노출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2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직접 정 실장을 소개하며 “용산 참모진들뿐만 아니라 내각, 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 실장이 언론인을 비롯해 청와대 정무수석과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장·국회부의장 등 국회 요직도 두루 거친 5선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야, 당과의 관계 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더 살펴 가고 소통하는 데 주력을 하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제가 모신 것 아니겠느냐”고 힘을 실어줬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당선인은 23일 YTN라디오 ‘뉴스킹’ 인터뷰에서 “(정 실장이) 5선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때는 또 정무수석으로서 또 그 당시에 문제가 됐던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소통을 좀 강화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여야의 소통 또 우리 사회 각계와의 소통을 비서실장께서 직접 나서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했다.

야권은 정 실장이 ‘친윤’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갖고 유승민 전 대표를 당에서 어떻게 보면 사실상 몰아내는 데도 큰 역할을 했고 이준석 당대표를 몰아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이 201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SNS에 쓴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심 징역 6개월 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겨냥하기 시작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실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서 한 막말 인사나 친일 후손 논란까지 있는 그런 분인데 야당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인사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께 한 막말이나 이런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당선인도 같은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정진석 실장 같은 경우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사자 명예훼손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협치 소통의 대상이라면서 내세운 것이 매우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이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회자되는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법치를 강조해 온 대통령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생각보다 큰 리스크”라며 “정 실장이 야당과의 악연을 덜고 소통·협치에서 성과를 내야 할 또다른 이유”라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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