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일값 상승률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과일가격이 올해 들어 월 평균 36.9%(노무라증권 분석) 오른 것은 특별한 현상이다. 정부가 물가잡기를 모든 정책의 앞머리에 올려 놓은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농협까지 농산물 가격을 잡겠다고 나서자 농민들은 반발했다. 농협은 과일값 안정을 이유로 하나로마트에서 수입과일 판매를 확대했다. 할당관세를 타고 싸게 들어온 수입과일이 대거 풀렸고, 하나로마트에서는 수입망고가 사과보다도 싸게 팔리고 있다.

농민들은 “대파밭을 갈아엎을 지경”이라고 시위하고 있는데 농협이 운영하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는 “대파 한단 875원이 합리적 가격”이라는 대통령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수입농산물을 판매한 지역농협에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권고수준의 공문만 발송하는 것에서 멈췄다. 이는 농협이 수입농산물로 물가를 잡는 일에 계속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과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장바구니에 1만원어치 물건을 담을 때 과일은 150원이라는 뜻이다. 150원에 불과한 과일가격 등락이 장바구니를 얼마나 무겁게 할지 의문이다. ‘875원’ 논란을 낳았던 대파의 소비자물가 가중치 역시 0.9로 카페 커피값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과일값 폭등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부가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과일값을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가들은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치를 봐야한다. 하지만 과일값이 올라 농민들의 이익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농민들은 한해 2511만원(2022년 기준)의 경영비용(비료 수도광열 인건비 등)을 지출하고 있다. 농가 평균소득 4615만원의 절반 이상이 비용으로 나간다. 경영비용은 매년 4.1% 이상 증가하고 있어 물가 상승이 농민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격 결정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 경제학 기초 원리다. 농산물의 경우 기본 먹거리로 수요가 일정하기 때문에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공급량 감소와 유통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올해도 기후변화로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들은 소비자 눈치를 볼 것이다. 농협의 가치와 목적은 농민에게 있다. 소비자 물가를 잡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다. 농협법 제13조에 따르면 농협은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해 조합원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되새겨볼 일이다.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