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의 중간 성적표를 예상보다 빨리 발표했다. 카드가 나온 지 3개월만이다. 이용현황을 분석해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일단 기후동행카드 누적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한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다만 승용차 운행량은 하루 1만1000대 감소하고 온실가스도 2달간 3600톤을 감축했다는 것은 ‘성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가 교통비 일부를 돌려받는 K-패스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기반한 더 경기패스와 인천의 I-패스도 조만간 시행된다. 이제 교통할인카드도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경기도 인천시, 국토부 K-패스 기반 교통할인카드 5월 시행

‘기후동행카드’는 오세훈 민선 8기의 대표상품이다. 오 시장은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를 ‘약자와의 동행’에서 찾는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보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시의 정책에서는 유독 ‘동행’이란 명칭이 붙은 정책들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정책이 ‘기후동행카드’다.

‘기후동행카드’란 이름도 그가 직접 지었다고 알려졌다. 당초 실무진이 올린 명칭은 ‘서울(교통) 프리패스’였지만 그는 “임팩트가 없다”며 직접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을 제안했다고 한다. 교통카드에 ‘기후’ 란 이름을 붙인 것은 무제한 프리패스를 먼저 사용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다.

기후동행카드의 모델이 된 것은 독일 9유로(약 1만3000원) 티켓이다. 이 티겟은 출시 3개월만에 5200만장이 팔렸다. 독일인구가 약 8200만명이니 전 국민의 63%가 이용한 셈이다. 티켓 출시 이후 대중교통 이용이 10~15% 증가했다. 구매자 중 20%는 이전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거의 또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해당 기간 온실가스가 180만톤 덜 배출되고 대기질도 6% 가량 향상됐다고 보고됐다. 독일은 9유로 티켓이 흥행한 뒤에는 후속 모델 가격을 49유로(약 7만2000원)로 현실화 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원대에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서울 공공 자전거 ‘따릉이’까지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기후동행카드가 9유로 티켓과 같은 효과를 거두려면 지금보다 이용자가 많아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할인율이 너무 낮고 사용지역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의 차이점은 사용지역과 이용방식에서 나타난다. 기후동행카드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용지역이 서울지역에 한정된 단점이 있는 반면 이용자가 사전에 카드를 구입하면 지하철·버스·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지역 내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거나 환승이 많은 이들에게 유리하다. 반면에 K-패스는 전국 대중교통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이용횟수 60회까지 환급을 받는다. 서울의 교통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당분간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서울 내에서 쓸 때는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하고, 서울 외 지역에서 쓰거나 환불을 많이 받고 싶을 때는 K패스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기존 교통 지표나 경기-서울 간 출퇴근 인구의 편의성을 감안하면 지금 같은 정책선점 경쟁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승용차는 하루 평균 145만8000대에 달한다. 이 수치는 버스, 화물차를 제외한 것이다. 경기도 하남시 과천시 군포시 고양시 김포시 등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들 지역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다.

민생문제 여야 따로일 수 없어 협치에 중점 둬야

민생과 관련된 이런 정책은 ‘경쟁’보다는 ‘협치’에 중점을 두는 게 맞다. 기후동행카드의 당초 취지인 ‘탄소 감축’과 ‘약자와의 동행’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K-패스와 합치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경기도에 사는 원거리 출·퇴근자들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의 협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민생문제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 입장만 앞세워서도 안된다. 지난해 지옥철 등으로 고통받는 경기·인천 주민들을 위해 서울시가 ‘동행버스’를 운영했던 것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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