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형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드러나면서 주식시장에서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를 막는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공개했다.

공매도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1단계 방어망을 구축하고 2단계로 한국거래소가 적발 시스템을 만들어 구멍이 뚫린 1단계 방어망을 계속 보완해가는 구조로 시스템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25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과 공동으로 이 같은 불법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2차) 현장에서 공개한 이번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반영,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며, 해당 주식을 빌려서 결제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있다. 최근 일부 해외 대형 IB들이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차단해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불법 공매도 방지시스템의 핵심은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하는데 있다.

공매도잔고 보고를 하는 모든 기관투자자(공매도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기관)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시스템을 구축해 3중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방식이다. 1차적으로 실시간 잔고를 산정해 잔고를 초과한 매도주문은 자동거부하고, 보유수량이 부족할 경우 대차전담부서에서 차입을 하는데 차입 승인 전에는 공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2차 차단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차입 확정 건과 리콜 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고 초과가 발생할 경우 매도주문을 자동거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해외 IB들은 현재 유사한 형태의 잔고관리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불법공매도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됐는지는 대해 금융당국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감원은 시스템 강화에 필요한 요건과 기준을 마련해서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하고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통해 시스템의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정해 공매도 주문을 수탁할 예정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에 구축될 중앙시스템(NSDS)에서 상시 자동 탐지하는 2단계 방어망이 가동된다. 중앙시스템은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을 전산 연계시켜 집중된 거래정보를 통해 불법을 적발하게 된다. 기관투자자별 모든 매도 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가능 잔고와 상시 대사해 무차입 공매도 자동 탐지 및 신속 제재를 한다는 게 금감원의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에 목적을 둔 게 아니라 기관투자자 자체 시스템의 허점을 계속 보완해서 사전에 무차입 공매도를 완벽히 차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NSDS에서 투자자 잔고 변동 내역을 집계해 일별 마감잔고를 독립적으로 산출하고, 해당 잔고를 상시적으로 투자자 잔고와 비교해 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가 그간 국내 투자자의 시장 신뢰를 저해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시기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기관투자자 자체 시스템과 거래소 중앙시스템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 등을 위한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적 요건이 해결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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