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19일→2심 22일 … 대법, 파기 환송

“근로일수 감소 경향” … 2 1년 만에 변경

일용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한 달 근로일수를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03년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한 이후 21년 만에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용노동자의 일실수입 계산시 한 달 근로일수를 22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2014년 7월 30일 경남 창원의 한 여관 철거 공사 현장에서 높이 28m의 굴뚝 철거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 연결된 안전망이 굴뚝 위의 피뢰침에 걸려 뒤집히면서 약 9m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안전망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노동자는 사망했고, A씨는 좌측 장골과 경골, 비골이 골절되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A씨에게 휴업급여 2억900여만원, 요양급여 1억1000여만원, 장해급여 3167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해당 크레인의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7957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근로일수를 19일로 계산하고 삼성화재가 공단에 711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보다 월 근로일수가 3일 많은 22일로 계산해 746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삼성화재측은 건설업 종사자의 월 가동 일수에 관한 통계를 근거로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가동 일수가 19일을 넘지 않고 오히려 점차 감소하고 있으므로 A씨에 대한 월 근로일수도 19일을 초과해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월 근로일수를 19일이 아닌 22일로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통상근로계수는 일용노동자의 한 달 평균 근로일수 22.3일 전제로 산출된다는 점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더해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가동 일수 감소 추세는 국내외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2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인한 근로시간 상한의 감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개정으로 인한 연간 공휴일의 증가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법정통계조사)의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일수 등의 내용이 과거 통계자료와 많이 바뀌었으므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와 달리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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