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폐기물 관리 비용

소비자에게 부담 안돼

국내는 지자체서 앞장

탄소중립 실현이 전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유해한 물질이 생태계에 흘러나와 인간에게 해를 미치지 않도록 하는 건 기본이다. 자원안보 확보는 물론 에너지를 덜 쓰도록 자원을 덜 사용하는 방안으로 무게중심이 실린지 오래다.

26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새로운 전기·전자제품들이 나오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환경성보장제도 혹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이들 제도는 전기·전자제품으로 인한 오염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건데 일부만 적용되니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성보장제도가 전품목 관리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신 전기·전자제품에는 중요도가 높거나 희소성이 높은 원자재가 많이 포함돼 있다.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폐기물에 포함된 원자재 활용이 수월해질 수 있다. 나아가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재활용을 위해 모아진 전자폐기물들. 사진 김아영 기자

◆환경성보장제도, 전품목 관리로 = 실제로 전기·전자제품에서 추출한 금속 등을 재자원화 해 조달할 경우 천연자원(금속 지하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에너지도 덜 쓸 수 있다. 철 스크랩(고철)은 철광석 대비 1/3, 구리 스크랩은 구리광석 대비 1/7, 알루미늄 스크랩은 원광석 제련 대비 1/20의 에너지만 사용한다.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산업원료로 활용되는 금속 자원의 40% 이상을 폐금속자원 순환을 통해 확보한다.

환경성보장제도에서는 의무 대상 품목을 지정한다. 의무 대상 전기·전자제품은 제도 초기 10개에서 50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29일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전자제품 환경성보장제도 전품목 확대 운영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확대 예상 품목(58개 중 37개) 예측 출고량은 약 22만6782톤이다. 이는 2021년 49개 의무 대상 품목 출고량의 약 17.7%에 해당하는 수치다. 21개 품목의 경우 통계자료가 없어서 출고량 산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조사된 신규 확대 예상 품목 외 추가 품목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출고량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전자제품은 대부분 가정과 기업을 중심으로 소비되며 그 양이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발생량 또한 정확히 관리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자제품 다양화, 효율적 수거 방안 고민 = 게다가 EU는 지난 3월 13일 전기·전자제품 폐기물(WEEE) 지침을 개정하면서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관리 비용이 소비자에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U회원국은 2025년 10월 9일까지 개정 지침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법률, 규정 및 행정 조항을 시행해야 한다. WEEE 지침 적용 대상은 휴대전화 컴퓨터 텔레비전에서부터 램프 의료기기 태양광패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용인특례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상황이다.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관리비(폐가전 배출수수료, 종량봉투 등)를 소비자들이 내지 않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련 제도를 자발적으로 시행 중이다.

용인시는 E순환거버넌스와 2월 업무협약을 맺고 소형 폐가전 무상 수거 서비스를 단독주택까지 포함해 시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소형 폐가전 제품을 5개 이상 배출하거나 대형 폐가전 제품을 버릴 때 같이 내놔야 했다. 또한 일일이 배출 스티커를 붙여야만 했다.

홍 소장은 “전 품목 관리 체제로 가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며 “통상 콘센트에 코드를 꼽는 상품을 전기·전자제품으로 생각하는데, 건전지 등을 넣어 작동하는 제품들의 구성이 점점 유사해지므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전자제품이 소형화하는 추세이므로 종전 수거체계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제품들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다양한 종류의 전자제품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에서도 WEEE 지침에 따라 전 품목 확대 시 제품군 분류 체계를 개정할 때 폐전기·전자제품 특성보다는 회수 및 재활용 체계를 고려했다.

26일 환경부 관계자는 “5월부터 업계 설명회를 여는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토대로 하반기에 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 설명

환경성보장제도 =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전과정에 걸쳐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는 제도다. 유해물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도록 하는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추구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실제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을 생산자로부터 징수하는 제도다. 올해 전기·전자제품의 인구 1인당 재활용 목표량은 8.38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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