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출량 15.5% 감소 … 이코노미스트지 “탄소배출권거래 가격메커니즘 효과”

2023년 지구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48℃ 더 높았다. 올해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기후변화 재난재해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기후변화 위기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노르웨이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 등이 이달 22일(현지시각) 탄소중립생산 등을 주제로 한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 개최식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다행인 지점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유럽대륙의 친환경 녹색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라고 전했다.

EU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23년 유럽의 탄소배출량은 15.5%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주로 발전과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기·가스 유틸리티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약 1억6000만톤으로, 2014년 2억5000만톤에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제조업 부문은 약 1억8000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2014년 2억1000만톤에서 감소했다.

동시에 EU 국가들은 지난해 17기가와트(GW)에 달하는 풍력발전을 추가하고 56GW의 새로운 태양광패널로 각 건물의 지붕과 들판을 덮었다.

EU 관계자들은 ‘2024년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또 다른 기록적인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모델링에 따르면 현재 기후변화 정책이 유지될 경우면 2040년까지 전체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88%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 부족한 수준이다.

2021년 ‘그린딜 1단계’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EU는 올해 2월 ‘그린딜 2단계’로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90% 감축한다는 목표를 회원국들에게 새로 제시했다. 그래야 2050년 순배출 제로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출권거래 부문에서 탄소 크게 줄어

유럽의 탄소배출량이 급감한 데는 3가지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첫번째는 유럽의 가장 큰 기후정책 성과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다. 2023년 기준 산업 및 발전 등 EU의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는 부문은 이 제도가 시작된 2005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7% 줄였다.

결정적으로 2023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대폭 강화됐다. 각 산업 및 발전 부문이 2030년까지 줄여야 할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배출권 발급량은 매년 4.3%씩 줄어든다. 지난해까진 전년 대비 2.2% 감소였다. 2040년 이후에는 배출권 신규 허가가 전혀 없을 전망이다.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약 20유로였다. 하지만 지난해 초 톤당 100유로에 달했다가 현재는 톤당 약 70유로(75달러)에 거래된다.

지난해 EU는 2027년까지 도로운송 및 가정용난방과 같이 이전에 제외되었던 일부 부문을 포함시키기 위해 두번째 ETS를 설정했다. 정치적 반발을 우려해 ‘ETS2’ 시행 첫 3년 동안은 탄소가격이 톤당 45유로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이를 억제하는 조항이 있다. ETS2 목표는 2030년까지 해당 부문의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2% 감축하는 것이다. 이 제도 역시 2044년 이후에는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같은 배출권거래제는 2040년 목표로 세운 탄소배출량 90% 감축 목표의 대부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탄소가격으로 소비자와 산업계가 고통을 받는다고 해도 유럽 정치권이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전했다.

두번째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유럽 가스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생산라인을 폐쇄해야 했다. 이로 인해 배출권거래제 대상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2022년 5%, 2023년 7% 감소했다.

현재 가스가격은 하락했지만 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EU의 탄소국경세(CBAM)가 2026년부터 전면적으로 적용돼 수입품의 탄소함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이는 EU 산업계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신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확장은 러시아 화석연료 공급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줄이게 될 것이다.

세번째 요인은 친환경 전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중국의 저비용 친환경 장비다. 유럽에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스페인에서는 낮 동안 전기가 사실상 무료다. 태양광발전 붐이 계속되면 이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탄소배출이 없는 발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저렴한 중국산 전기자동차(EV)가 유럽시장에 진입하면서 친환경 자동차를 원하는 운전자들의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유럽 전력시장 통합이 관건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때문에 EU는 여러 기후관련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저렴한 태양광 에너지와 결합된 전기차는 많은 운전자에게 내연기관차보다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된다. 하지만 탄소가격은 변동성이 크고 태양광 붐 또는 기술발전은 부침이 있다. 때문에 EU는 2035년 내연기관차량의 신규판매를 금지시키는 규제에 합의했다. 트럭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추가 규제가 필요한 더 큰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서다. 이달 13일(현지시각), 유럽 전역에 급속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는 규정이 발효됐다. 이로써 충전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해묵은 문제가 일부 해소됐다. 이같은 규제는 시장이 더 잘 작동하게 하고 탄소가격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U가 규칙을 만드는 마지막 이유는 시장통합을 재촉하기 위해서다. 탈탄소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부문을 전기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전기의 비중은 지난 10년 간 21%에서 횡보하고 있다. 27%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중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유럽 각국 간 긴밀한 통합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원자력, 덴마크의 풍력, 스페인의 태양광, 노르웨이의 수력이 모두 하나의 유럽시스템을 통해 공급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덴마크의 전력가격이, 화창한 낮이 이어지는 날에는 스페인의 전력가격이 제로이겠지만, 프랑스는 밤마다 원자력발전을 돌리느라 애를 써야 한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범유럽 싱크탱크 ‘브뤼헐(Bruegel)’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럽 전력시장이 완전히 연결되면 에너지 저장·백업용량에 대한 투자를 20~3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통합에는 EU 공통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달 11일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EU의 전력시장 개혁은 게임의 규칙을 조화시키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각국은 여전히 모든 종류의 정책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탄소관련 정책이 조율되지 않으면 전력시장 시스템 효율성이 하락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장거리 고압송전, 강력한 지역 배전선, 스마트한 지역배송 등 전체 전력망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각 지역민의 저항을 우려해 지하에 케이블을 매설하기 때문에 관련 지출이 증가한다.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예산적자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때문에 통합 전력시장이 더욱 필요하다. 전력시장이 통합된다면 EU의 야심찬 탈탄소 목표를 달성할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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