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생회복 조치·국정기조 전환’ 중심

여권 입장 변화 없으면 21대 국회 갈등 반복

“작은 합의라도 해 놓고 더 큰 합의로 가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양자회담이 꽉 막힌 여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고, 이재명 대표는 “총선민의를 가감없이 전하겠다”고 했다. 표면상으론 대통령실은 ‘야당과의 만남’에, 민주당은 ‘회담 후 가시적 성과’에 무게가 실려 있다. 양자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실무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로 ‘민생회복 조치·국정기조 전환’을 두고 있다. 민생회복지원금, 채 상병 특검법안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와 22대 전반기 국회의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첫 회담을 열어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간 회담은 윤석열정권 출범 후 첫 양자회담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4.10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22대 국회에서 야권의 주도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돼 윤 대통령과 여권 입장에선 여소야대에 걸맞는 정국운영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번 회담이 여야의 극한 갈등을 초래한 현안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생현안과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영수회담 모두발언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가) 총선 민의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리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크게 보면 민생 회복과 국정기조 대전환이라는 2가지 축”이라며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됐고, 실무협의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한 국면에서 2년만에 만났고, 정치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윤석열정권이 민생과 현안에 대한 부분에 답을 내놓지 않아서 국민들이 심판했고, 그렇기에 야당 대표를 만나 국정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의견 전달 수준을 넘어 민생현안, 국정전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답을 듣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1인당 25만원씩의 민생회복 지원금, 거부권 행사 자제와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수용,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4자협의체 구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민주당의 이같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이다.

야당의 입장을 듣는 수준에 머물거나 ‘국회에서 논의할 내용’ 등으로 선을 긋는다면 여야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반대로 민생회복 조치나 현안 해소 방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 중심으로 합의문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회담 전까지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회담 이후 별도의 입장문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관계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는 물론 22대 국회도 강대강 대치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22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제약에 대해 “여당 내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고 해서 기존 흐름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야권이 190석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게 200석을 넘지 않는 속에서 재의결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여야관계의 변화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영수회담이 무슨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기 때문에 회담 한다고 당장에 국민의 삶에 근본적인 해법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면서 “작은 합의라도 해놓고 좀 더 큰 합의로 나가는 그런 시작점,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협의 구조를 마련하는 계기 정도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는 이미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전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민주당은 5월 국회 소집 요구서를 통해 5월 2일과 28일 본회의 개의를 추진 중이다. 반면 여당은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5월 국회 소집은 ‘일방적인 폭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우선 처리하고, 전세사기특별법 처리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도 회기 내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야당이 주도해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한 민주유공자예우법과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정무위),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농해수위) 등에 대해서도 다음 달 말 처리를 벼르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현안과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 처리를 ‘총선 민의’라며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5월 국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쟁점 법안은 다루지 말고 민생 법안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 상병 특검법 등은 다음 국회로 넘기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 등 여야가 합의점을 찾은 비쟁점 법안 처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쟁점법안으로 돌려 처리하겠다는 민주유공자예우법, 제2 양곡법 등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이다.

여야의 이같은 대립은 22대 여소야대 국회의 단면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특검법 처리에 대한 의견도 모아가는 중이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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