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개인적으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으로 분류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달 30일 이천 꿈빛공유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달 24일 충남도의회가, 26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된 시점이었다.

임 교육감의 말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그는 엄청난 문자폭탄과 항의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임 교육감은 “조례를 폐지해서 교육공동체가 건강해진다면 그게 답이지만 그게 아니지 않나”라며 “교육 당사자들이 함께 권리와 책임에 대해 인식해야 학교가 건강하게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다.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이 조례안은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한 사항, 권리구제 및 갈등조정에 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과 교권보호의 통합조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이 나온 것은 교권추락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면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보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목소리가 거셌다. 지방의회에선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정쟁이 벌어졌고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에선 결국 폐지조례안이 가결됐다.

그러나 교권침해의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학생인권조례 바로알기 안내서’에 따르면 2017년~2021년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조례를 둔 지역이 평균 0.5건, 없는 곳이 0.53건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입법과 정책’의 한 논문에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서 학생인권 존중 정도가 커질수록 학생들이 교권을 존중하는 수준도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때문에 경기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인권·교권’ 통합조례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임 교육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기존 학생인권조례 내용에 교권보호 조치, 학부모의 권리 등을 담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면 동의하겠지만 입법예고한 조례안에 학생인권조례의 주요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조성환 경기도의원은 “조례안 입법예고를 해놓고 토론회를 열고 도의회와도 소통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담아내려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임 교육감이 진정성을 갖고 도의회와 학교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가능한 일이다.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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