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법 폐기 수순

정치 이벤트 아닌 장기 관점서 논의해야

4.10 총선 때 수도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던 ‘경기북부 분도론(경기북부특별자치도)’과 ‘김포 등 서울편입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경기북도·서울편입 동시추진을 약속한 국민의힘은 총선 결과 경기도에서 대패했고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관련법안들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특자도) 설치도 새 명칭 선정 논란에 발목 잡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 지난 1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석창우 화백이 새 이름 공개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8일 경기도에 따르면 특자도의 새 이름으로 선정된 ‘평화누리특별자치도’ 발표 이후 경기도민 청원 누리집에는 ‘평화누리자치도 반대’ 청원에 7일까지 4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이 1만명을 넘으면 김동연 경기지사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답변은 30일 이내에 누리집, 현장방문 등의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도는 이와 관련 “새 이름 공모는 대국민 관심 확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최종 명칭은 앞으로 도민·도의회와의 논의,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 국회 심의 등을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새 이름 발표를 계기로 특자도 설치 재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 특자도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승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포 서울편입’으로 시작된 ‘메가 서울’ 논쟁에 휘말리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4개월에 걸친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새 이름 발표와 함께 특자도 설치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도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경기북부 지역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특자도 설치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되면 특자도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새 이름에 대한 반발이 특자도 설치(경기북부 분도)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옮겨 붙는 상황이 됐다. 총선에서 김 지사가 속한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이재명 당대표가 ‘경기북부 분도’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새 이름을 두고 논란이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특자도 설치에 찬성한 당선인들이 22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발의하는 즉시 다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시 등 경기도내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편입 추진도 총선 이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김포시 서울편입을 위해 발의된 특별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의원 발의 후 4개월이 넘었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포시가 지난해 12월 행안부에 건의한 서울편입 찬반 주민투표는 시행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행안부는 편입과 관련한 서울시·김포시 공동연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투표 시행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포시는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재발의되도록 노력하고 주민투표도 다시 건의하는 등 서울편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서울과의 통합은 총선용이 아니었기에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 때 김포를 비롯해 서울 편입이 거론된 광명 하남 등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상황이라 22대 국회에서 서울편입 관련 특별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자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행정분야의 한 전문가는 “행정구역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주민의 숙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표를 얻으려고 정치쟁점화하면서 주민을 대상화한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주민을 위한 행정구역 개편안을 연구하고 공론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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