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 원칙·대통령 4년 중임 개헌도 한목소리

조정식 “직권상정 불사” 추미애 “혁신 국회”

정성호 “여야 합의 먼저” 우원식 “국회법대로”

“많고 강력한 공약, 스스로 발목 잡을 수도”

22대 국회의장은 ‘할 말을 하는 국회의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절대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은 입법부가 과반 투표로 통과시킨 법안을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고 부적격 인사를 관례적으로 임명 강행하는 대통령의 행태를 ‘월권’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또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행정부의 시행령 정치와 검찰의 국회 압수수색에도 강력한 제동을 걸 예정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4년 중임을 비롯해 감사원의 국회 이전 등 개헌을 통한 대통령 권한 분산에도 적극 나설 의지를 보였다.

6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 국회의장 선거 공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6선이 되는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전 장관, 5선이 되는 정성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이 펼칠 열흘간의 경선은 ‘입법 성과’를 앞세운 선명성 경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당에 소속되지 않으면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 여야의 합의를 중재해야 하는 국회의장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8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국회의장후보 경선이 과열되면서 당내에서 점잖은 의원들이 나와 전사처럼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한 후보가 개혁의장 등 선명성 경쟁에 나서면서 모두가 한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가장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6선을 앞둔 조정식 의원은 전날 내놓은 공약을 통해 “정치검찰의 입법부 무력화 시도가 있다면 나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국회압수수색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법안 재추진 △국회의장 직권 상정 불사 △6월내 22대 국회 전반기 구성 완료와 함께 법사위·운영위·과방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가져가야 한다거나 개원 즉시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여야 합의와 조정이 필요한 내용까지 공약에 넣었다. 그러고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중간 투표를 통해 불신임받으면 사직하겠다”고 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재의표결의석수를 현행 200석에서 180석으로 하향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 △행정부에 대한 실질적 견제를 위한 감사원의 국회 이전 및 예산편성・감사권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8개월 동안 민주당 사무총장으로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켰고 2017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 인수위원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지난 대선 때는 경선 시작과 동시에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5선의 우원식 의원은 “거부권 남발로 훼손된 삼권분립을 지키고 거부권을 유효하게 만든 ‘부족한 8석’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력”을 앞세우고는 “여야 협의를 존중하되 민심의 발목을 잡는 경우 단호히 결단하겠다”며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관례도 깨트리겠다”고 했다. “모든 기준은 총선민심이며 국회법이 정한대로 진행하는 국회의장이 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압수수색 영장집행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회의 시행령 사전심사제 도입, 자료요구권 및 조사권 강화 등으로 국회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중임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전, 검찰권력의 정치탄압 저지, 의회의 실질적 권한 강화를 위한 개헌에 앞장 서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와는 ‘가치 동반자’라고 했다.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 대표가 위원장인 기본사회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추미애 전 장관은 여론조사 꽃과 뉴스토마토의 차기 국회의장 지지도 여론조사(전 국민, 민주당 지지층)에서 본인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꼭 국회의장이 돼 혁신국회, 개혁국회를 이끌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 역시 ‘개혁 의장’을 내세웠다, 그는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와 협치를 하도록 하는 자리로 최대한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합의가 안 되면 불가피하게 다수결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면서도 여야 합의정신에도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또 국가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국가서열 1위인 대통령과 대화채널을 가동해 국정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국회의장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과 시행령 통치,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경고하고 자제를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로의 감사원 이전 등 대통령 권력 분산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너무 강하고 많은 공약’이 자칫 임명 이후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 향후 민주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할 경우 방어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지난 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국회의장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대해 “2002년 정치개혁 전만 해도 여당이 다수당이다보니 한국 의회는 늘 있으나 마나, 행정부의 시녀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후 의장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영국 등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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