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한 달 뒤에도 부자감세·긴축재정 ‘그대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정책기조 전환’ 없을 듯

4.10총선이 한 달여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총선민의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서실장 교체와 민정수석실 신설 등 대통령실 인사개편이 눈에 보이는 전부다. 정작 민생과 직결된 정부 정책을 바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오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진행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선 민의를 수용하려면 구체적인 정책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뿐인 ‘민의 수용’으로 끝날 것”이라면서 “경제분야로 보자면 부자감세나 긴축재정 등 핵심 경제정책 기조부터 전환하는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까지 정부부처 장차관들의 발언을 보더라도 정책기조 전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총선 당시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샀던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개최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정책기조 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로 매년 5월쯤 열린다. 향후 재정정책과 투자 방향, 지출구조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정책의 큰 방향은 기존의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R&D(연구개발)나 저출생 대응, 지역·필수의료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내용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총선 이후 특별히 부처 내에서 감세 등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민생안정지원단 현판식을 갖고 본격 가동을 알렸다. 총선 뒤 발족하는 범부처 차원의 첫 조직이지만 역시 ‘정책기조 변화’와는 무관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민생안정 지원단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국민의 관점에서 밀착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을 국민들이 좀 더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총선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과반이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했고 61%는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다.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가 아니다’란 응답은 30%에 그쳤다. 윤석열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 답변이 2배 가까이 더 많았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이 9일 열릴 기자회견에서 종부세 완화와 같은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금투세 폐지 정책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